[기획리포트]
[현지보고] 투모로우, 도쿄에서 스펙터클 일부 공개
2004-03-23
글 : 김현정 (객원기자)

거대한 재난영화 <투모로우>가 3월8일 도쿄 롯폰기 힐스에 있는 버진 시네마에서 20분 분량의 필름을 최초로 공개했다. 제작비 1억달러 이상 들어간 <투모로우>는 <인디펜던스 데이> <고질라> 등을 만든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신작. “중요한 건 크기”라는 <고질라>의 카피를 몸소 실천해온 에머리히는 이번에도 역시 바다를 통째로 들어올린 듯 검푸른 물보라를 뿌리는 토네이도로 영화의 극히 일부에 해당할 스펙터클을 펼쳐놓기 시작했다. <투모로우>는 지구 온난화가 가져온 기상이변을 소재로 삼고 있는 영화다. 기상학자 잭 홀(데니스 퀘이드)은 온실효과로 남극의 빙산이 녹는다면 바닷물의 온도가 낮아져 빙하기가 다시 찾아올 거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는 그 과정이 수천년에 걸쳐 일어날 거라고 믿지만, 단 며칠 사이 재난이 눈앞에 닥쳐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방법은 아직 따뜻한 기온을 유지하고 있는 남쪽으로 달아나는 것. 그러나 그의 아들 샘(제이크 질렌할)은 학력경시대회에 참가하느라 곧 얼어붙고 말 뉴욕 맨해튼에 가 있다.

<투모로우>는 재난영화의 라고 할 만한 스케일을 보여준다. 남극의 빙하가 무너져 내리고, 도쿄에서는 주먹만한, 정통으로 맞은 사람은 즉사하고 마는 우박이 쏟아지고, LA의 하늘과 땅 사이에는 10여개의 토네이도가 소용돌이친다. 압권은 해일이 밀어닥친 뒤 기온 급강하를 겪어 거대한 빙산처럼 굳어버린 맨해튼. 이 스펙터클한 장면을 만들기 위해 <투모로우> 제작진은 25만 갤런들이 물탱크를 제작하고 컴퓨터그래픽(CG)의 도움을 입어 홍수에 휩쓸리는 맨해튼 거리를 재현했다. 기온이 가장 낮다는 태풍의 눈 한가운데 들어간 헬리콥터가 추락하고 공들여 만든 가짜 눈이 시가지를 뒤덮는 뉴욕 촬영은 에머리히가 가장 힘들게 찍었다는 부분. 이 프로모션 행사를 위해 후반작업 도중 미국에서 날아온 에머리히 감독은 “<투모로우>는 무엇보다도 사실적이어야 했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상기시키면서, 과학에세이 <더워지는 지구 얼어붙는 지구>(The Coming Global Superstorm)에서 모티브를 얻은 이 영화가 현실에 기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에머리히는 그 자신 역시 지구의 미래를 위한 나무심기 운동을 이끌고 있는 환경주의자라고 밝혔다.

영화상영이 끝나고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에머리히는 “21세기 최초의 재난영화”를 만든 데 대한 소감과 기술적 고충에 관한 질문을 주로 받았다. 그러나 그는 <투모로우>가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사랑에 관한, 혹은 <포세이돈 어드벤처>처럼 평범한 사람들이 재난을 극복하고 살아남는 과정에 관한 영화로 받아들여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내가 규모가 크고 스펙터클한 영화를 주로 만드는 건 나와 하나 다를 바 없는 사람들이 어떻게 거대한 재앙을 이길 것인가를 바라보는 게 흥미롭기 때문이다. <투모로우>는 <포세이돈 어드벤처>에서 그랬듯, 작은 그룹으로 나뉘어 제각기 다른 어려움을 맞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드라마가 강한 영화다”라는 것이 엄청난 흥행과 혹평 사이에 있어온 이 블록버스터 전문가의 설명이다. 독일 출신인 이 외국 감독은 <고질라>에 이어 이번에도 뉴욕을 희생양으로 삼았지만, “뉴욕은 미국 문명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다. 미국이 위험에 처한다면, 당연히 뉴욕을 먼저 보여주어야 할 것 같았다”는 말로 여전히 미국인이나 다름없는 정서를 과시했다. 일본에 이어 호주로 날아갔고, 19일에는 한국에서도 프로모션 행사를 가진 <투모로우>는 5월28일 전세계에서 개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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