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물불 안 가리는 아버지, 궁지에 몰린 조폭을 만나다 <맹부삼천지교>
2004-03-23
글 : 김현정 (객원기자)
맹자 어머니를 본받아 세번 이사한 맹만수. 앞집 조폭이 아무리 떠들어도 더이상 물러설 곳은 없다!

풀빵장수를 해도 서울대를 나와야 대박이 난다. <맹부삼천지교>는 이 오래된 미신을 굳게 믿고 있는 아버지 맹만수(조재현)의 ‘삼천지교’ 일대기를 담고 있는 영화다. 맹만수는 아들 맹사성을 서울대 보내는 게 유일한 꿈인 홀아비다. 생선가게를 하면서 허리띠를 졸라매고 살던 그는 어느 날 학교와 학원과 집의 거리가 1km 이내, 그것도 대치동에서 1km 이내가 아니면 서울대 가기 힘들다는 청천벽력 같은 진리를 접한다. 아들이 다니고 있는 학원이 바로 대치동. 만수는 사채를 써서 대치동 아파트로 이사가지만, 바로 앞집으로 모의고사 전국 1등 소녀 현정의 조폭 삼촌 최강두(손창민)가 은신하고자 찾아온다. 이제 조폭을 쫓아내기 위한 만수의 또 다른 전쟁이 시작된다.

<맹부삼천지교>는 자식교육을 위해서라면 물불 안 가리는 아버지와 궁지에 몰린 조폭이 빚어내는 코미디쯤으로 보인다. 그러나 민감하고 현실적인 주제 때문에 이 영화는, 학원비리를 소재로 삼은 <두사부일체>처럼, 코미디와 어울리지 않는 드라마를 섞을 수밖에 없다. 돌잔치에서 연필 대신 마이크를 잡았던 사성의 전과나 이상할 정도로 삼촌을 미워하는 현정의 비밀이 반전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반전을 거쳐 화해로 이르기에는 <맹부삼천지교>는 받아들이기 힘든 악의가 너무 많은 영화다. 이 영화에서 남을 미워하지 않는 사람은 하는 일도 별로 없이 착하게 웃기만 하는 맹사성 정도다. 만수는 어린 소녀 앞에서 그 삼촌을 “도끼 휘두르는 살인자”라고 욕하면서도 미안한 줄 모르고, 강두는 남 생각이라곤 조금도 안 하고, 현정은 술취한 상태에서도 삼촌을 향해 가시돋친 말만 내뱉는다. 차라리 술기운에 삼촌 앞에서 흐느끼는, 낡고 낡은 수법을 썼더라면 하는 그리움이 생길 정도다.

<맹부삼천지교>는 코미디나 가족영화라고만 한정짓기에는 너무 힘겨운 주제를 택했다. 만수와 강두가 처음 만나는 초반부, 손창민과 그 부하 김뢰하의 자연스러운 행동거지는 조폭코미디에 가까운 가벼운 웃음을 주기에 무리가 없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만수의 부성애는 그런 장난에 머무를 수준이 아니다. 만수는 아들 공부에 방해가 된다면 어떤 범죄라도 저지를 수 있는, 추악하기까지 한 부성애를 보여주고, 차라리 착해 보이는 강두는 “생선장수보다 못하다”는 현정의 질타를 듣고선 만수를 본받기로 한다. <맹부삼천지교>는 학벌이 전부가 아니라고 조그맣게 덧붙이는 영화일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제 자식만 잘되길 바라는 이기심이 사랑이라고 말한다면, 아이들을 옭아매는 건 학벌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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