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제 한 손가락을 잃고 시력마저 온전치 않아 퇴역했던 파나마의 저격수가 다시 국가의 부름을 받고 돌아온다. 이번엔 인종청소의 죄악으로 숱한 모슬렘의 피가 뿌려진 발칸반도. 그리고 대학살의 주범을 제거하기 위한 이 비공식 임무에 나름대로 사연 많은 흑인 스나이퍼 폴이 파트너로 따라붙어 1편에서의 버디무비를 재현할 참이다. 그러나 9년이 흘러 뜬금없이 돌아온 2002년의 속편은 지난 세월을 속일 수 없다. 톰 베린저도 50을 훌쩍 넘겼고 임무에 실패한 저격수들의 존재를 부인했던 정부도 지금은 “미군인 그들을 결코 포기할 수 없다”라 말할 만큼 자애롭기만 하다. 하지만 가장 큰 변화는 국가의 죄악을 감당하느라 자신의 인성마저 도려내야 했던 저격수의 긴장감을 ‘해병으로 죽기를 바라는’ 퇴역 군인의 무용담으로 대체하고 말았다는 사실일 것이다.
이처럼 긴장감을 휘발시킨 <스나이퍼2>는 단조로운 정글 대신 동유럽 시가지를 박아넣고 구색맞게 스나이퍼끼리의 대결도 집어넣는다. 그러나 이 대결은 어린아이 손목 비틀기만큼 싱겁고 마치 ‘돌아온 해병’의 화끈한 후일담을 위해 준비된 특설 스파링 같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TV영화의 한계정도랄 수 있겠지만, 굳이 2002년이라는 수상한 시절에, 너무나 지당한 말씀만 골라서 읊는 반체제 작가를 옆에 끼고 당당히 돌아온 이들의 모습은, 93년의 전편과 비교하자면 어째 미심쩍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