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인형의 집에서 흘러나오는 복고풍 선율, <모나리자 스마일> OST
2004-03-24
글 : 성기완 (대중음악평론가)

1950년대 초반, 미국의 지적이고 진보적인, 상류이기까지 한 여성들이 남성 중심의 억압적인 사회에 맞서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인 <모나리자 스마일>은 그리 공격적인 영화는 아니다. 여자대학교의 그림처럼 아름다운 캠퍼스 하며 예절교육 하며 화려한 댄스파티에 하버드를 나온 멋진 남자친구에 훌륭한 미술사 강의까지, 뭔가 너무 누리고 있다 싶은 사람들의 자아찾기는 사실 많이 감동적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한국이라는 싸움판에서 사는 내게는 그저 모든 게 아름답고 편안해 보일 뿐이다.

1950년대라면 미국의 10대들에겐 로큰롤의 리듬을 발견하는 시대이지만 이 영화의, 비교적 성숙하고 예절바른 20대 초반의 아가씨들에게는 여전히 화려하고 달콤한 빅밴드 스타일의 스윙재즈가 더 어울린다. 파티장면 같은 곳에서 주로 화려한 빅밴드 재즈가 흐른다. 빅밴드 재즈는 원래 댄스홀의 춤음악이었으나 지금은 일종의 미국적인 ‘고전’을 보여주는 격조 높은 음악으로 취급받는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하이 클래스의 백인 여자들과 잘 어울리는 듯싶다.

스코어는 할리우드에서 활약하는 여성 영화음악가 중에서도 두드러진 활약을 펼치는 레이첼 포트먼이 맡았다. 그녀는 그동안 <베니와 준> <스모크> 등 주로 섬세한 심리드라마에서 낭만적이고 화려한 선율들로 주목을 받았었다. 1996년에는 <엠마>로 ‘최우수 뮤지컬, 코미디 스코어’ 부문으로 아카데미상을 거머쥐기도 한 뮤지션. <모나리자 스마일>에서는 차분한 가운데 분위기를 끌어가는 신중한 접근법을 쓰고 있다.

O.S.T에는 영화에 등장하는 달콤한 스탠더드 넘버들과 더불어 영화의 흥행에 도움이 될 만한 대중적인 곡들이 선곡되어 있다. 주요 컨셉은, 요즘 가수들이 1950년대의 복고적인 분위기를 내면서 거기에 요새 느낌을 살짝 가미하는 것. 원래는 냇 킹 콜의 노래로 유명한 <모나리자>라는 노래는 이 영화에서 줄리아 로버츠가 분장한 주인공 캐서린 왓슨 선생의 주제가 비슷하게 들리는데, 흑인 R&B 가수 실(Seal)이 노래했다. 언뜻 들으면 냇 킹 콜 비슷하게 들릴 정도다. 뮤직비디오로 커트된 노래는 엘튼 존이 불렀다. 그 밖에도 셀린 디옹, 토리 에이모스, 크리스 아이작,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등 내로라 하는 가수들의 노래들이 들어 있다.

요즘 할리우드영화를 보면, 확실히 우리나라 영화보다 감흥이 덜하다. 남 얘기같이 들려서 그런 면도 있고, 우리 영화의 테크닉이 제법 발전하여 할리우드영화의 화려함에 대한 환상이 많이 줄어서 그런 면도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건 진정성이다. 이 영화에서도 모든 이야기의 구비구비마다 마련된 ‘이유’의 장치들이 있으나 그것들이 그리 견고하거나 절실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한번 곱씹어볼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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