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전설>(4월9일 개봉), <더티 댄싱>2편(4월15일 개봉) 등 올 봄 극장가에 불 ‘춤바람’의 첫 스탭을 밟는 영화 <허니>가 26일 개봉한다. 거리와 뒷골목에서 아이들이 추는 힙합 춤을 스크린 안으로 옮겨온 <허니>는 매력있는 춤꾼의 꿈과 투쟁이라는 면에서 80년대 춤영화의 최고 인기작이었던 <플래시 댄스>와 같은 모태를 가지고 있다. 뉴욕 브롱크스의 청소년 센터에서 댄스 강사를 하는 다니엘즈(제시카 알바)의 꿈은 전문 안무가가 되는 것이다.
연줄도 돈도 없어 번번이 오디션에 낙방을 하던 어느 날 댄스바에서 발휘한 실력이 유명한 뮤직비디오 감독에 눈에 띄면서 다니엘즈는 쇼비즈니스계에 발을 들여놓게 된다. 그러나 현실의 역학논리 앞에서 그가 꿈꾸던 춤의 세계는 치졸한 욕망과 권력의 투기장으로 변질된다.
<허니>는 ‘춤의 달인’이 되고자 하는 젊은 여성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플래시 댄스>와 통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건전’하다. 그 건전함은 영화의 관객층을 더 넓힐 수는 있겠지만 춤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강력한 매력은 반감시킨다. 다니엘즈의 꿈은 프로 안무가가 되는 것이기도 하지만 춤을 추면서 거리를 배회하는 아이들을 마약과 범죄의 음지에서 끌어내 양지의 무대 위로 올려놓으려고 한다. 이런 그의 꿈은 뮤직비디오 감독의 음험한 욕망으로 좌절된다.
이제는 지극히 상업적인 대중문화의 코드가 됐기는 했지만 무기력한 현실에 대해 내뱉는 독설같은 거리의 힙합문화를 영화의 마지막 장면처럼 ‘학예회’같은 무대로 끌어놓는다는 발상이 지나치게 계도적으로 느껴진다. 그 탓인지 춤 자체가 관객을 빨아들이는 흥분도 그리 강력하지 않다.
다만 이 영화로 주인공 데뷔를 한 제시카 알바의 상큼한 매력은 영화 곳곳에서 빛을 발한다. 텔레비전 드라마 시리즈 <다크 엔젤>에 출연했던 제시카 알바는 할리우드의 최고 유망주 가운데 한 명이다. 역시 이 영화로 장편영화 감독 데뷔를 하게 된 빌리 우드러프는 브리트니 스피어스, 백스트리트 보이즈 등 미국 최고 스타들과 작업했던 뮤직비디오 감독 출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