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도쿄] 사요나라, <고지라>!
2004-03-29
글 : 김영희 (한겨레 기자)
탄생 50주년 맞아 시리즈 마감하는 <고지라>

일본의 대표적인 괴수영화 <고지라>가 탄생 50주년을 맞은 올해 퇴장할 예정이다. 최근 영화사 ‘도호’는 올 12월11일 개봉할 <파이널 워스>를 끝으로 시리즈를 마감할 예정이라 발표했다. 이유는 “지금의 표현기법상 더이상 아주 새롭고 아무도 알지 못하는 고지라를 만들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이전에도 9년 만에 시리즈가 만들어진 사례가 있어 영원한 은퇴를 단언할 순 없지만, 당분간 고지라를 스크린에서 만나긴 힘들 것 같다. 과거 인기를 끌었던 괴수가 10마리 이상 등장하고, 뉴욕, 파리, 상하이, 시드니를 파괴하는 새로운 괴수 ‘몬스터-X’도 선보일 예정. <버수스>의 기타무라 류헤이 감독의 연출이 결정돼 기대를 모은다.

<고지라>는 아직 원폭의 기억이 가시지 않은 1954년에 처음으로 등장했다. 수폭 실험으로 기형적으로 탄생한 고지라가 도쿄 시내를 공격하는 모습은, 겁에 질린 아이를 끌어안은 엄마의 얼굴과 함께 ‘반전’의 메시지를 강렬하게 전달했다. 폭발적인 인기를 업고 27편까지 만들어진 <고지라> 시리즈는 때론 ‘괴수 대결’ 같은 영화로 흐르기도 했던 게 사실. 60년대 9편이나 만들어졌던 데 비해 80년대엔 2편 정도에 그칠 정도로 ‘추억의 영화’가 된 감이 있다. 하지만 지난 50년간 누적관객 수가 9800만명에 이른 이 시리즈는 때론 시대적 분위기를, 때론 영화계의 새로운 유행을 반영하며 일본영화의 역사를 지켜왔다. 마지막 편이 개봉되면 관객 1억명 돌파는 확실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침 50주년을 맞아 오는 5월 미국의 20여개 도시에선 1954년작 <고지라>의 오리지널판이 개봉될 예정이다. 도호는 56년 이 작품을 미국에서 <괴수왕 고지라>로 개봉해 인기를 끌었지만 미국의 입맛에 맞게 40여분을 잘라내고 미국인을 등장시킨 20여분을 추가하며 원래의 사회비판적 색채를 퇴색시킨 바 있어, 의미가 각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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