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리포트]
[현지보고] <스파이더 맨2> 스펙터클 일부 공개한 LA 현장을 가다
2004-04-07
글 : 옥혜령 (LA 통신원)
한층 업그레이드 된 거미 영웅

스파이더 맨이 돌아온다. 몇년 새 굵직한 블록버스터 속편들이 차례로 돌아오는 통에 이제 기다림은 영화관객의 기본자세가 된 듯하다. 6월30일 개봉을 앞두고 소니픽처스는 <스파이더 맨2>의 맛보기 시사회와 주연배우 인터뷰에 해외기자들을 초청했다. LA 소니스튜디오에서 공개된 15분가량의 트레일러로 맛깔스러움을 평하는 건 무리지만, 익숙한 메뉴를 대할 때의 반가움을 느끼기엔 충분했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스펙터클로 돌아온 <스파이더 맨2>는 전편에서 스파이더 맨의 능력을 얻은 피터가 진정한 영웅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라는 숙제를 던진다. 사실, ‘헐크’, ‘엑스맨’ 등과 나란히 ‘마블 코믹북’의 대표주자인 ‘스파이더 맨’의 매력은 그가 ‘슈퍼맨’ 같은 타고난 슈퍼 히어로와 달리 원하지 않게 ‘뜻밖의’ 능력을 얻게 된 후천적 영웅이라는 데 있지 않은가.

매리 제인에게 빗속의 키스를 뒤로 하고 떠난 지도 2년. 뉴욕의 고층 빌딩 사이를 누비는 스파이더 맨의(그리고 카메라의) 몸놀림은 한층 현란한데, 남모르는 영웅으로 살아야 하는 피터의 삶은 천길 만길 무겁기만 하다. 남몰래 정의의 사도로 일하느라 학교는 지각하기 일쑤. 성적은 떨어지고, 마음 털어놓을 이 하나없이 이래저래 피터의 삶은 고단하다. 마천루의 지붕과 복작거리는 거리 사이의 간극만큼이나 먼 듯한 슈퍼 히어로와 평범한 뉴요커의 삶을 우리의 피터는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 더구나 기계 문어발 같은 무시무시한 무기로 무장한 ‘닥터 오크’라는 새로운 악당까지 등장하고, 고뇌로 가득 차 제자리걸음인 피터를 기다리다 못한 매리 제인은 제 갈 길을 가니, 피터의 여정이 쉽지는 않을 듯하다. 한편, 전세계에서 820만달러의 흥행수익을 올렸던 전편의 대성공에 이어 <스파이더 맨2>가 과연 이번 여름 블록버스터의 진정한 승자로 살아남을 수 있을지도 궁금하다.

△ 스파이더 맨과 대적할 닥터 옥토퍼스(앨프리드 몰리나) (맨 위) / 피터와 메리 제인 (가운데) / 새로운 적수로 등장할 친구 해리 오스본 (아래)

인터뷰에 참석한 두 주인공, 토비 맥과이어(피터 파커)와 커스틴 던스트(메리 제인 왓슨)를 통해 살짝 궁금증을 풀어본다.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토비 맥과이어과 커스틴 던스트는 왠지 그들말고 다른 캐스팅은 상상할 수 없게 만든다. 아역 출신 베테랑 연기자인 커스틴 던스트가 스타의 매력을 과시하며 시종일관 당차고 노련하게 질문을 처리한 반면, 참으로 말을 아끼는 토비 맥과이어는 뭔가 사연이 많은 피터의 캐릭터와 닮았다.

:: 토비 맥과이어 인터뷰 "속편은 여러 면에서 완전해졌다"

<스파이더맨 2>가 전편에 비해 다른 점이 있다면

스토리 보드나 애니매틱스를 먼저 봤는데, 전편보다 개릭터들이 풍부해졌고, 스토리 라인도 구체적이었다. 여러 가지 면에서 완전해진 느낌이다. 1편도 재미있었지만, 2편은 보다 풍부한 경험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특수 효과나 스턴브, 촬영도 새로워졌고. 하지만 작업은 아무래도 이전보다 쉬웠다.

셈레이미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나.

상당히 여유있는 사람이다. 상대가 누구든지, 어떤 포지션에 있든지, 진실하게 대하는 점이 마음에 든다.

만약 수퍼 히어로가 된다면 무슨 능력을 가지고 싶은가.

절대로 수퍼 히어로가 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능력이 있으면 그로 인해서 스트레스가 있을 테니까. 그냥 보통 사람으로 만족한다.

다른 시사회에서 클라이맥스인 지하철 액션 장면이 소개되었다. 고난도의 스펙타클이 상당히 인상적인데, 작업 과정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줄 수 있나.

시카고에서 주로 블루 스크린 작업을 했다. 실제로 그 장면에서 직접 스턴트를 많이 하지는 않았다. 워낙 공중 곡예같은 고난도라서. 닥터 오크의 경우에는 10명정도 되는 인형 마임가들이 기계팔을 들고 배우의 움직임과 호흡을 맞춰 조종했다.

영화속의 피터에게는 "재능이 일종의 저주"인 셈인데, 영화 배우로서의 맥과이어가 인간 맥과이어에게 장애가 되는 경우는 없는가. 나는 내 재능이 저주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영화를 할 수 있게 되서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 감사할 따름이지.

그래도 주위의 관심이 일상 생활에 부담이 된다던가 할 때가 있을텐데.

난 그렇게 많은 관심을 받지 않는다. 뭐 그럴때가 있어도 의도적으로 피하는 편이다. 잡지도 잘 보지 않을 뿐더러, 파파라치가 따라 다니기도 하는데, 그런 일들이 최대한 내 삶에 영향을 미치지 않게 하려고 노력하다.

배우로서의 삶과 평범한 개인으로서의 삶의 균형을 찾으려고 노력한다는 점에서, 스파이더맨의 딜레마와 분명히 유사점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질문이 너무 앞서가는 것 같다.

스파이더맨의 매력은 평범한 일상적인 문제를 고민하는 영웅 캐릭터라는 점인데 어떻게 생각하나.

그게 바로 관객들이 스파이더맨을 좋아하는 이유일 것이다. 가족이나 직업, 여자 친구, 돈문제 등 일상적인 문제에 고민하는 피터와 관객이 동일시하면서, 이야기에 공감하는 것 같다.

그런 캐릭터의 매력에 흥미를 느껴서 작업에 참여하게 된 것인가.

물론 스파이더맨의 인간적인 면이 매력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영화를 할 때는 그저 이 영화가 하고 싶었지, 이 부분에 특별히 관심이 있었던 건 아니다.

왜 관심이 없었나.

일반적으로 이런 장르 영화에서 캐릭터는 그다지 심도있게 그려지지 않는 편이다. 그런데 셈레이미 감독을 만나 영화에 대한 그의 비전을 듣고 나서 캐릭터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어 신이 났다. 캐릭터에 대한 나의 해석을 덧붙여서 발전시킬 수가 있을 것 같았다.

그럼 피터와 스파이더맨의 캐릭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둘은 다른 캐릭터인가.

감독과 함께 의견도 나누었지만, 스파이더맨은 피터의 일종의 "또다른 자아"일 수 있다. 무거운 일상사에서 벗어나서 잠시나마 새로운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스파이더맨이 제공하니까. 하지만 기본적으로 피터와 스파이더맨은 동일한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영화 배우의 매력도 스파이더맨의 매력과 유사하지 않을까.

나는 영화 작업하는 걸 좋아하고, 특별히 그걸 일상사에서의 도피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캐릭터와 영화의 배경을 분석하고 리서치하고 하는 일 자체가 나한테는 일종의 공부하는 즐거움을 준다. 내가 생각한 것을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기도 한다. 물론 나와는 다른 역할을 맡아 연기하는 것도 재밌지만, 그렇다고 내가 그 순간 판타지의 세계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니다.

4,5,6 편이 만들어진다는 이야기도 나도는데, 3편 이후에도 계속 작업에 참여할 것인가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다른 배우가 피터역을 이후에 연기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약간의 경쟁심도 생길 것 같은데.

별로 그렇지 않다. 배트맨 시리즈에 매번 다른 배우가 주연을 맡았던 것처럼, 다른 배우가 한다면 다른 의미를 전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비즈니스면에는 별로 신경을 안쓴다고 했는데, 영화의 흥행 성적이 안 좋으면 실망하지 않을까.

무난히 잘 될거라고 생각한다.

속편은 항상 전편과 비교되서 흥행이나 비평면에서 부담이 많은게 사실이다. 만약, 2편이 1편보다 못하다는 반응이 나온다면 어떡할 것인가.

나는 내가 개인적으로 만족할만한 작품을 할 수도 있고, 소위 박스 오피스에서 인정 받는 작품을 할 수도 있다. 사실은 흥행 성적과 관련한 평가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 문제에 신경을 쓰는 관계자들을 위해서 영화가 잘되면 좋겠지만 내게는 중요하지 않다. 혹 이번 영화의 흥행 성적이 앞으로 영화계에서의 내 위치나 커리어에 영향을 미칠 지는 모르겠지만 그것도 내게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최근 코믹북을 소재로 한 영화가 유행인데 현 시점에 그런 영화들이 유행하는 특별한 이유라도 있다고 생각하나.

내가 대답할 질문이 아닌 것 같다. 배우 입장에서 왜 스튜디오들이 특정 영화를 제작하려고 결정하는지 등의 질문에 대해서는 답을 하기가 힘들다. 다만,유능한 감독과 뛰어난 테크놀로지등을 투입해 만든 그런 소재의 영화들이 흥행 성공을 하면 자연히 다른 영화들이 뒤따르는게 아닐까. 미국 대중 문화의 신화가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아서인지, 현 상황이 도피적인 영화를 필요로 하는지, 그런 것에 대해서는 모르겠다. 그런건 전문가들이 분석해볼만할 것이다.

:: 커스틴 던스트 인터뷰 "메리 제인도 다른 의미에서 영웅"

이번에도 비오는 장면이 있는가.

위험한 장소에 매달려 있는 신이 있긴 하지만, 이번에는 시스루 블라우스는 안 입고 나온다. (웃음)

<스파이더 맨>의 인기의 비결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러브 스토리의 비중이 중요하다는 점도 다른 슈퍼 히어로 영화들과는 다르다. 그리고 스파이더 맨은 보통 사람이 능력을 얻었다는 점에서 다른 영웅보다 인간적이다. 1편 작업 당시 스파이더맨 의상이 없어지는 사건도 있었는데 혹시 세트장에서 가지고 나온게 없는가.있다. 중국풍 드레스를 가지고 나와서 아시안 마켓에 팔았다.(웃음- 물론 농담이다.)

1편 개봉 당시와 비교하면, 연기자로서 많이 성숙한 느낌이다(토비 맥과이어에 비해).

나는 기자회견이 두렵거나 하지 않지만, 사람마다 다를 수도 있지 않을까.

스파이더 맨이 명백히 수퍼 히어로이자 영화의 중심인데, 메리 제인의 역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난 메리 제인도 다른 의미에서 영웅이라고 생각한다. 그녀는 가족이나 피터와의 관계 속에서 고뇌하고 배우로서의 새 직업도 시도해보는 등, 점차 성장해나가는 인물이다. 피터는 정말 현실감각 없이 자기만의 세계에 머무르고 있는, 어떻게 보면 ‘유아적인’ 캐릭터다.

그것이 메리 제인을 힘들게 하는 것 아닌가.

그렇다. 피터는 참 복잡하고 힘든 인물인데, 메리 제인은 그런 피터를 지켜보면서, 현실과도 발맞추면서 갈등을 해소하려고 부단히 노력한다. 그런 점에서 메리 제인은 상당히 성숙한 캐릭터다. 비록 엔딩신에서 장르의 관습에 따라 피터가 메리 제인을 구출하기는 하지만, 극중 내내 피터가 고민에 대해 분명한 결단을 내리도록 적극적으로 유도한다.

그러면 피터가 그렇게 방어적인데도 왜 메리 제인은 계속 피터를 사랑하는 걸까.

자신이 피터를 사랑하는 것을 느끼기 때문이다. 아무리 현실의 벽에 부딪혀도 감정은 숨길 수 없는 것 아닌가.

엔딩신에 대한 언급이나 기자회견장에서 일부 대사가 구식이라고 했는데, 영화가 보수적인 면이 있다고 생각하나.

샘 레이미 감독은 개방적인 사람이라 여러 가지 해석을 모두 귀담아듣고 수용했다. 특별히 영화가 보수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남자가 여자에게 음료수 가져다주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 대사가 좀 어색하게 고풍으로 들렸을 뿐이다(“you are not entitled to fetch me the drink”). 하지만 사실 나라면 남자들이 음료수 가져다주는 걸 기다리지 않는다.

2편에서 피터가 스파이더 맨이라는 비밀이 밝혀지나.

1편에서 키스했을 때 피터가 스파이더 맨일지도 모른다는 느낌을 약간 받긴 했겠지만, 이번 영화에서도 메리 제인이 피터의 정체를 알게 될 것 같지는 않다.

다른 슈퍼 히어로 영화에는 대체로 ‘슈퍼-섹시’한 여자 캐릭터들이 많이 나오는데. 당신의 경우는 반대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 그런 캐릭터들이 섹시하게 보이지 않는다. 몸매 노출 강도가 높아진다고 섹시해지는 건 아니니까. 그리고 나는 여성 캐릭터가 섹스 판타지의 대상으로 그려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제작자들도 내 몸매를 보고 메리 제인으로 캐스팅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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