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아름다운 현대판 괴담, <연애사진>
2004-04-07
글 : 정한석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로맨스에서 로드무비로, 미스터리로, 그리고 아름다운 괴담으로 조금씩 변화하는 그녀 찾기

아마추어 사진작가 마코토 세가와(마쓰다 류헤이)는 3년 전 헤어져 뉴욕으로 떠난 여자친구 시즈루 사토나카(히로스에 료코)에게서 어느 날 한통의 편지를 받는다. 거기에는 그녀가 곧 사진 전시회를 연다고 쓰여져 있다. 그러나 동창회에서 만난 한 친구는 그녀가 이미 1년 전 뉴욕에서 살해됐다는 소식을 들려준다. 마코토는 시즈루가 보내준 사진 한장만을 들고 무작정 뉴욕으로 향한다. <연애사진>은 향수가 가득 담긴 로맨스로 영화의 길을 연다. 마코토의 보이스 오버가 안내하는 회상장면은 시즈루와의 만남, 동거, 그리고 이별의 과정을 보여주며 신기루 같은 그녀의 존재를 궁금하게 만든다. 천재 같았던, 또는 백치 같았던 시즈루는 지금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그러나 뉴욕에 도착한 마코토는 쉽사리 시즈루를 만나지 못한다. 그녀의 현재는 점점 더 미궁으로 빠져들어간다. 정말 그녀는 소문처럼 뉴욕 귀퉁이 어딘가에서 죽어간 것일까? <연애사진>은 미스터리의 구조를 선택한다.

제목을 이루는 ‘연애’와 ‘사진’은 이 영화의 구성에 관한 기본적인 단초를 제공한다. 영화는 마코토와 시즈루의 연애 이야기로 되돌아갔다가 현재의 의문 안으로 다시 진입하기를 반복하면서 감성의 서사를 진행시킨다. 한편으로 뉴욕의 거리와 사람들을 담은 시즈루의 사진은 영화의 곳곳에 배치되어 시각적인 쾌감을 덧입힌다. 첫사랑의 감성과 생동감 넘치는 감각, 즉 연애와 사진은 그렇게 서로를 보완하는 작용을 한다. 그러면서 마코토가 발견하게 되는 것은 시즈루의 사진에 담겨 있는 원더랜드 뉴욕의 진면목이다. <연애사진>은 사랑이란 한곳을 같이 바라보는 것이라는 일상의 믿음을 시즈루가 찍은 뉴욕 거리를 마코토가 고스란히 다시 찍으면서 실현한다. 이제 마코토에게 뉴욕은 곧 시즈루가 된다.

감독 쓰쓰미 유키히코는 뮤직비디오 출신 감독답게 명랑하고 경쾌한 감성과 감각을 유지한다. 장르의 클리셰를 비교적 영리하게 차용하면서 느슨해지는 순간마다 조금씩 단계를 밟아나간다. 따라서 이 영화의 마지막에 이르면 <연애사진>이 아름다운 현대판 괴담의 한 종류라는 사실 또한 알게 될 것이다. 그때서야 마코토는 시즈루와 대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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