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틀로얄 2: 레퀴엠>은 <배틀로얄>의 캐릭터와 스토리를 잇고는 있지만, 번지수가 한참 다르다. 크랭크인 직후 쓰러진 후카사쿠 긴지 감독이 결국 운명을 달리했고, 그의 장남이자, 각본가 겸 프로듀서인 후카사쿠 겐타가 속편의 운전대를 잡았기 때문. 아버지의 유작으로 데뷔한 아들은 “세상이 달라졌다”고 믿었고, 전작에 대한 “좋은 의미의 배신”을 기도했다. 그 결과, <배틀로얄 2: 레퀴엠>은 피투성이 액션스릴러이면서 신파드라마였던 전편의 향취가 휘발한 대신 신세대 관객을 겨냥한 비디오게임 스타일의 플롯,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서나 봄직한 스케일 큰 액션의 전쟁영화로 거듭났다. 전후의 상실감과 분노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아버지와, 미국과 테러를 직설적으로 이야기하는 아들의 ‘세대 차이’만큼이나 전편과 속편은 ‘다른’ 영화다.
문제는 이 영화가 설득력 있는 인물과 이야기를 구축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 교복이 아닌 전투복 차림으로 죽어가는 아이들이 자아내는 비감은 약할 수밖에 없고, ‘태그매치’라는 새로운 룰에 따라 순식간에 떼로 죽어나가는 아이들의 사연은 알 길이 없다. 어린 나이에 테러리스트가 돼야 했던 아이들, 새로운 전쟁 게임을 주관하는 담임선생의 캐릭터도 이해하기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인물과 이야기의 세공을 포기하면서까지 ‘그림 좋은’ 액션 블록버스터를 만들 생각이었다면, 아프가니스탄 난민이나 세계 평화는 들먹이지 않는 편이 나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