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맨이 정체성 위기에 빠지고, 다시 ‘짝퉁’ 루이 뷔통을 맨 ‘짝퉁’ 루이스를 만나 자기 신뢰를 회복하기까지의 이야기인 <신동양 수-퍼맨>은, 말하자면 대한민국 근대화에 관한 풍자적 보고서다. 저마다 ‘난 특별하다’는 슈퍼맨 신드롬에 빠져 몸이 부서져라 일한 것이, 조국 근대화의 동력이었다는 (사실 그리 새로울 것 없는) 주제 위로, 굳이 조악함을 숨기지 않는 인터넷 합성 사진식 유머가 달라붙는 식. 대한뉴스가 짜깁기되고 슈퍼맨의 부활을 88올림픽으로 독해해내며, 슈퍼맨을 격려하는 월드컵 응원 등 국가주의를 향한 익살도 두루 날카롭고 유쾌하다. 다만 문제는 이 익살이 몇년 전에 나왔어야 할 ‘촌철살인’이라는 건데, 에필로그의 설명으로도 모자라 ‘실화입니다’를 한번 더 반복할 때는, 어째 좀 구구하다는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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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근대화를 위해 탄생한 한국형 슈퍼맨, 정체성 위기에 빠지다
대한민국에도 슈퍼맨이 있었다?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짝퉁’들이 판을 치는 나라라는 점이 마음에 걸리지만 어쨌든 다리를 짓고, 빌딩을 올리는 이 슈퍼맨은 오리지널보다 (어떤 의미에서) 훨씬 ‘슈퍼’했다. 물론, 이 슈퍼맨이 한국 현대사에서 ‘슈퍼’가 되기를 강요받고 동원되었던 우리 모두라는 것쯤은 쉽게 알 수 있다. ‘조국 근대화’를 위해 뛰는 슈퍼맨이라니, 아무리 푸른 타이즈에 붉은 망토를 펄럭이며 익살을 떤다 해도 좀 직설적인 은유다. 영화가 황당무계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굽힐 줄 모르고 ‘실화입니다’라는 자막을 내보내는 것도 물론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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