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레인디어 게임 (Reindeer Games)
2001-06-05
시사실/레인디어 게임

Story

닉(제임스 프레인)과 루디(벤 애플렉)는 출감을 며칠 앞둔 죄수. 닉은 감방에서 펜팔로 사귄 아름다운 여성 애슐리(새를리스 테론)와 만나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낼 꿈에 젖어 있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사고로 닉은 감방에서 사망하고, 출감한 루디는 닉의 행세를 하며 애슐리를 만나 정사를 나눈다. 이들의 달콤한 밀회는 다음날 애슐리의 오빠 가브리엘(게리 시니즈)이 나타나면서 깨진다. 애슐리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닉이 카지노에서 일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가브리엘은 그를 이용해 카지노를 털 계획을 세운 것. 자신의 정체가 드러날 것을 두려워한 루디는 닉 행세를 하며 크리스마스 이브의 카지노 강도사건에 동참한다.

Review

눈덮인 미시간을 배경으로 삼류인생들의 범죄행각을 그린 <레인디어 게임>은 세상엔 악인들만 존재하고, 이들은 약육강식의 논리를 따라 서로의 뒤통수만을 노리고 있다는 이야기를 담았다는 점에서 고전적인 범죄스릴러영화와 맞닿아 있다. 냉소적인 성격의 주인공 루디나 때로는 순진한 미소를 짓지만 상황에 따라 팜므파탈로 변신하는 애슐리의 캐릭터에서도 이같은 연관성은 쉽게 읽힌다. 변화무쌍한 반전이 돋보였던 <함정>의 시나리오를 썼던 에렌 크루거는 이번 영화에서도 도무지 이야기가 어디로 튀어나갈지 모르게끔 곳곳에 덫을 놓아 관객의 의표를 찌른다. 하지만 이야기가 구축한 정교함은 다소 밋밋한 연출에서 조금씩 무너져내린다. 감독 경력 50년을 자랑하는 존 프랑켄하이머는 액션장면에선 특유의 호쾌함을 보여주지만, 백미라 할 만한 반전부분에 가선 지나치게 설명조로 일관해 영화를 실속없는 대사의 잔치로 만들고 말았다. 루디는 끊임없이 정체가 탄로날 위기를 겪지만 잔머리에서 튀어나온 몇 마디면 만사 오케이고, 닉에 대한 사랑을 의심받는 애슐리도 그닥 호소력 없는 변명으로 상황을 빠져나간다. 또 긴장감이 떨어지다보니 곳곳에 잠복해 있는 블랙유머는 썰렁한 농담 수준 이상으로 들리지 않는다. 실소를 자아내는 마지막의 ‘자선행각’장면까지 감독의 책임으로 떠넘길 수는 없겠지만.

물론 이 네오 누아르풍 영화엔 단점보다 장점이 많다. 최근 상종가를 달리고 있는 벤 애플릭의 액션연기와 섀를리스 테론의 적나라한 ‘내면’을 볼 수 있다는 점도 그렇지만, 특히 ‘승자가 모든 것을 차지한다’는 철의 규율이 존재하는 영화 속 세계에서 누가 마지막 미소를 머금게 될지 점쳐보는 것은 꽤 흥미롭다. 퀴즈엔 힌트가 있는 법. 영화에서 닉과 루디라는 이름은 각각 산타클로스의 유래가 된 인물로 알려진 성 니클라우스와 그의 썰매를 끄는 순록 루돌프에서 차용해왔다는 점이 그것이다.

문석 기자 ssoo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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