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자칫 ‘영웅담’으로 빠져들기 쉬웠을 함정들도 조심스레 피해간다. 네드 켈리는 민초들의 해방을 부르짖는 전사가 아니라 잘못된 계급구조에 발을 헛디뎌 눈에 보이는 종말로 치닫는 소영웅으로 그려져 있다. 자그마한 은행을 털던 그가 소박하기 그지없는 ‘여왕과의 전쟁’을 선포하는 장면은 이 영화의 전체적인 어조를 대표한다. 무식한 촌놈의 투박한 선전포고는 거대한 영웅들의 성명서보다 더욱 절절하다. 마지막 전투를 벌인 그가 동료들의 죽음에도 불구하고 홀로 살아남아 감옥으로 호송되는 장면 역시 그렇다. ‘프리덤!’을 외치며 장엄한 죽음을 맞이하는 영웅의 면모는 여기에 없다. 그 피로한 얼굴이 호송 마차의 밖으로 조그맣게 비칠 때, 그뒤로 수년을 더 살아남아 감옥에서 사형선고를 기다렸던 25살 앳된 청년의 생애가 떠오른다.
헤스 레저와 올란도 블롬은 예쁜 얼굴 이상의 좋은 배우라는 것을 보여준다. 문제는 나오미 왓츠를 제물로 바친 억지 로맨스다. 의미없는 로맨스는 가슴 아픈 사랑도 계급 구조의 위선도 그 어느 것도 설명하지 못한다. 이 영화가 기본을 충실히 해내면서도 그 이상의 것을 끌어내지 못하는 이유는, 이처럼 쓸데없이 할리우드 웨스턴의 관습을 흉내내려 할 때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과잉되고 남발된 음악과 내레이션은 영화를 필요 이상으로 무겁게 만든다. 그 서툴게 배치된 요소들을 모두 제거하고 비뚤어진 유머감각을 좀 구사해 주었더라면, 이 할리우드의 변방에서 온 웨스턴은 좀더 빛을 발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