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즐거운 놀이동산 유령의 집, <헌티드 맨션>
2004-04-13
글 : 정한석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소재는 유령들린 집, 주인공은 에디 머피. 아이들의 눈높이를 고려한 가족코미디영화

서양영화에서 ‘유령들린 집’이라는 소재는 끊임없이 스크린에서 부활하는 흡혈귀만큼이나 자주 출몰하는 고전이며 전통이다. <샤이닝>은 인디언의 묘지 위에 지어진 휴양지에 한 가족을 초대하고, 원인 모를 광기로 미쳐가다 결국 죽음을 맞는 아버지를 통해 가족 단위를 붕괴시킨다. <싸이코>의 미친 아들을 조종하는 것은 죽었으나 존재하는 무서운 어머니의 육성이다. 유령들린 집의 매력은 근래의 할리우드 경향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윌리엄 캐슬의 <하우스 오브 헌티드 힐>은 조엘 실버와 로버트 저메키스의 첫 번째 프로젝트인 <헌티드 힐>로 리메이크됐고, 로버트 와이즈의 <악마의 집>은 얀 드봉의 손에 의해 <더 헌팅>으로 다시 태어난 바 있다. 대개의 경우 이 저택에는 원혼이 스며든 미완의 과사들이 점철되어 있으며, 그 안에 발을 딛는 집단의 단위는 종종 가족이고, 그들은 처참하게 무너져간다. 아니라면, <디 아더스>의 어머니처럼 아무것도 모르고 필사적으로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저택의 공포에 맞서는 수밖에 없다.

<헌티드 맨션>의 기본적인 전제는 이와 유사하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어느 쪽도 아닌 코미디가족영화로 탈바꿈한 경우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바로 에디 머피이기 때문이다. 부동산 중개업자 짐 에버스(에디 머피), 사라 에버스(마샤 톰슨) 부부는 오래된 대저택을 팔겠다는 연락을 받고 아이들과 함께 그곳에 도착한다. 그들은 곧 저택의 모든 일들이 기이하게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감지한다. 저택의 주인인 램즐리가 비운의 사건으로 죽어간 그의 옛 연인과 놀랄 만큼 닮은 에버스 부인을 아내로 맞이하려는 의도도 알게 된다. 이때부터 에버스 가족의 엄마/아내 구출작전의 발랄한 모험심은 저택의 구석구석을 놀이터 삼는다. 때문에, <헌티드 맨션>을 설명할 수 있는 것은 흔한 말, 오락영화이다. 공포영화의 맥락을 뒤집어 가족영화의 웃음으로 치환하는 농담과 서사틀의 여흥을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오락이며, CG와 세트 안에서 소리지르고, 도망다니고, 즐거워하는 놀이동산 유령의 집을 들어갔다온 기분에서 오락이다. 그런데 의아한 한 가지는 왜 갑자기 방학도 아닌데 찾아왔을까, 하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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