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주말극장가] 한국은행 턴 ‘<범죄의 재구성> 관객맘도 털까
2004-04-16
글 : 임범 (대중문화평론가)

16일 개봉하는 <범죄의 재구성>은, 올해 개봉한 한국 영화 가운데 <송환> 같은 독립영화를 뺀 상업영화들만 놓고 보면 가장 잘 만들어진(웰메이드) 작품으로 꼽힐 것같다. 사기꾼 5명이 모여 한국은행을 성공적으로 털었는가 했는데, 어느새 경찰에 밀고가 들어간다. 한명은 도망가다 죽고, 한명은 잡히고, 나머지는 제각각 숨었는데 돈의 행방이 묘연하다. 그 속내를 파고들어가다보면 예상치 못한 복수극 한편이 산뜻하게 펼쳐진다. 정교한 플롯이 주는 이런 재미는 이전의 한국영화에선 찾아보기 힘들었다. <스팅> <오션즈 일레븐> 등 심한 폭력장면 없이 깨끗하게 한탕하는 범죄영화의 맥을 이으면서, 캐릭터들에겐 지금 한국의 사기꾼같은 토종의 맛을 입혀넣었다.

그러나 시사회를 통해 이 영화를 본 많은 이들이 영화의 완성도를 높게 사면서도 흥행은 예측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한국영화에서 별로 시도되지 않았던 장르이기 때문이다. 또 1년전만 해도 한국영화에서 언론·평단의 반응과 실제 흥행이 극으로 갈리는 경우가 그렇지 않을 때보다 많았다. 마침 작년 이맘때 개봉한 <살인의 추억>이 그 간격을 줄이기 시작하면서 이후에 나온 ‘웰메이드’ 영화들이 잇달아 흥행에 성공했다.(공교롭게도 <살인의 추억>과 <범죄의 재구성>은 둘다 제작사가 싸이더스다.) 그리고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로 관객 1천만명 시대를 맞이한 지금, <범죄의 재구성>의 흥행 여부는 여러모로 관심거리다. 예매율을 보면 15일 오전까지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31.6%)에 이어 27%로 2위에 올라있다.(맥스 무비 집계)

16일 개봉하는 다른 영화 4편은 할리우드산이거나 할리우드와 공동제작한 영미권 영화들로, 대체로 범작들이다. 연쇄살인 스릴러 <테이킹 라이브즈>, 19세기 오스트레일리아의 홍길동같은 ‘민중형 강도’의 실화를 다룬 <네드 켈리>, 유령들린 집에서 벌어지는 코미디 <헌티드 맨션>, 단기 기억상실증 환자의 사랑이야기 <첫 키스만 50번째> 등 저마다 다른 장르로 다양하게 밥상을 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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