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런던] 좀비야, 내 사랑을 막지 마라!
2004-04-19
로맨틱코미디와 호러의 만남 <숀 오브 더 데드> 호평 속에 개봉

지난 4월9일 개봉한 영국영화 <숀 오브 더 데드>(Shaun of the Dead)의 포스터는 좀비들로 둘러싸인 채 막막해하는 표정을 짓고 있는 한 남자의 이미지를 담고 있다. 언뜻 보아서는 좀비들이 나오는 공포영화라고 생각되는 이 영화의 장르는 호러로맨틱코미디다. <채널4>의 인기 코미디 시트콤이었던 <Spaced>의 팀이 모여서 만든 이 영화는 주인공으로 출연한 사이먼 펙과 감독인 에드거 라이트가 함께 각본을 썼다. <러브 액츄얼리>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줬던 빌 나이히가 주인공의 계부로 출연한다.

별볼일 없는 주인공 숀이 여자친구 리즈에게 채일 무렵, 영국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전염병이 돌면서 거리는 사람들을 먹어치우는 좀비들로 가득 찬다. 주위 사람들이 하나둘 좀비로 변해가는 이 뒤죽박죽의 상황에서 숀은 여자친구인 리즈를 구해내고 그녀의 사랑을 다시 얻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미국 좀비영화에서라면 좀비를 막아내기 위한 무기로 야구 배트가 등장하겠지만, 이 영화에서 주인공들이 쓰는 주무기는 크리켓 배트와 오래된 LP 레코드들이다.

감독인 에드거 라이트와 주인공을 맡은 사이먼 펙은 한 인터뷰에서 밝히길, 언제나 미국영화들을 보면 어떤 위기 상황이 닥쳤을 때, 항상 주인공들이- 예를 들어 총을 갖고 있다든지- 아주 잘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럴 때마다 만약 저런 일이 나에게 닥친다면 나는 어떻게 했을까를 생각했다고 한다. 토요일 아침 술이 덜 깬 머리로 깨어나보니, 집 안에 좀비들이 들어닥치고 있고, 집에는 총 한 자루 없다면…. 왜 로맨틱코미디라면서 좀비가 필요했는가라는 질문에는, 우리가 로맨틱코미디를 하지만, 거기 로맨스의 장애물로 좀비가 등장한다면, 로맨틱코미디를 동시에 비웃는 효과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이 영화기 호러코미디로 분류되건 로맨틱코미디로 분류되건 간에, 이 영화에 대한 영국 내의 영화평들은 대개 꽤 호의적이어서, 위트있고 지적이면서도 요절복통으로 웃겨준다는 게 중평이다. 영국 코미디영화의 명가인 워킹 타이틀과 마이클 윈터보텀의 영화사 레볼루션이 제작에 참여했고, UIP가 배급을 맡았다. 런던=이지연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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