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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팀
계보를 찾기 어려운 별종이다. 괴상한 외모의 건달 아치와 씨팍이 주인공이고, 인간의 똥만이 유일한 에너지원이라는 도시가 배경이며, 타란티노식의
유혈낭자한 액션부터 <매트릭스>와 <이지 라이더>까지 종횡무진 영화 패러디를 뒤섞은 애니메이션이라니. 혹자는 “몹시 양아치 액션”이라고 말하는
<아치와 씨팍>은 현재 제작중인 디지털 장편애니메이션. 조범진 감독이 이끄는 애니메이션창작팀인 J-팀에서 만들고, 튜브엔터테인먼트에서 제작하는
이 작품은 6월 둘쨋주, 극장용 장편에 앞서 동명 플래시애니메이션 시리즈로 인터넷 상영관에서 먼저 관객을 만날 차비에 한창이다.
‘생산’할 때마다 특별한 ‘하드’(아이스바)가 지급되는 시스템 속에서, 생산력을 상실한 채 ‘하드’ 약탈과 횡포를 일삼는 보자기갱들과 똥감시국
형사들의 공방전은 점점 치열해진다. 오토바이와 여자 외엔 아는 게 없는 아치와 말보다 몸이 앞서는 다혈질의 씨팍은 사람들을 위협해 ‘하드’를
뜯어내곤 하는 뒷골목 양아치. 하지만 엉뚱한 시비에 휘말려 보자기 갱단과의 싸움에 휩쓸린다. 욕설과 폭력을 아끼지 않는 양아치들의 액션을 좇는
이야기가 비주류의 세계로 달리는 만큼, 이미지도 낯설고 기묘한 차림. <메이드 인 홍콩>의 배우 이찬삼의 코믹 버전 같은 빨간 머리 아치,
대머리 마초 씨팍, 파란 해골이 우스꽝스럽게 보자기를 뒤집어쓴 보자기갱단 등 개성 강한 아웃사이더들의 캐릭터는 기묘하고, 상하좌우로 정신없이
움직이는 영상은 플래시애니메이션은 물론 기존 애니메이션에서 볼 수 없던 역동적인 앵글과 액션을 보여준다.
이러한 영상실험은 <아치와 씨팍> 제작진이 플래시 단편을 먼저 만들게 된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전체 프로젝트의 프로듀서인 김선구씨와 조범진
감독은 플래시가 장편을 위한 앵글, 타이밍, 인물들의 움직임 및 액션 연출 등을 미리 시험해보기에 좋은 도구라고 입을 모은다. “오래 걸리는
장편 작업동안 중간중간 소통할 수 있는 뭔가가 없을까” 궁리하다가 제작기간이 짧고 셀에 비해 수정이 간편해서 전체적인 그림을 비교적 쉽게 확인할
수 있는 플래시애니메이션에 착안한 것이다. 조범진 감독은 플래시 작업을 맡길 만한 인력을 물색하던 99년 말, 계원조형예술대 애니메이션과의
졸업작품전에서 발견한 김재희씨와 조영훈씨를 플래시 시리즈의 감독으로 영입했다.
애니메이팅 감각은 계속 간다”는 생각에서 플래시 초짜지만 감각이 좋은 둘을 택했고, 두 사람은 “책 한권 갖다놓고 우리 식으로 무식하게” 플래시를
익혀가며 작업했다. 장편시나리오가 완성된 게 올 2월경이라 기본 설정만 주어진 상태에서 약 1년 반 동안, “재밌겠다 싶은 장면 위주로” 만들었다고.
“미간이 보인다든지 손에 힘줄이 선다든지” 하는 플래시로 표현하기 어려운 사실적인 디테일은 다 못했지만, 국내외 통틀어 슬랩스틱 코미디나 말장난
같은 대사가 주를 이루는 경향에서 벗어나 신나게 화면을 흔들고 뒤집는 액션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게 두 감독의 말이다. 과연 오토바이를 타고
씽씽 달려대는 아치와 씨팍이나, 탄차를 타고 롤러코스터 같은 길을 질주하는 보자기갱들과 형사의 액션은 ‘이거 플래시 맞아?’ 싶을 만큼 현란하고
입체적이다.
인터넷 영화관 씨네포엠에서 공개될 <아치와 씨팍>의 플래시 버전은 모두 6편. 아치와 씨팍의 목소리는 배우 류승범과 임원희가 밤을 새워가며
녹음했다. 비비스와 버트헤드처럼, 혹은 21세기에 떨어진 펑크 스타일의 ‘이지 라이더’처럼 좌충우돌 돌진하는 두 양아치의 코믹액션은, 닥터코어911의
격한 랩메탈 리듬과 함께 웹망을 공략할 예정이다. 황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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