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원래 이 영화의 안무가이기도 한 조앤 젠슨의 일대기를 영화화하려는 프로젝트로 시작해선지 <더티 댄싱2: 하바나 나이트>는 거의 동일한 플롯인 전편과 그렇게 많이 상관있어 보이지 않는다. 전편의 추상적 신분 격차는 속편에서는 미국인-쿠바인이라는 민족적 격차로 바뀌었고, 권태로운 휴양지가 가진 판타지적 공간은 쿠바 혁명 직전이라는 현실의 공간으로 대체됐다. 이것이 단지 좀더 ‘센’ 드라마를 만드는 데만 일조했으면 좋으련만 영화는 여기서 모종의 선택을 할 처지에 놓인다. 말하자면 방점을 <더티 댄싱2>(춤)에 찍느냐 <하바나 나이트>(쿠바)에 찍느냐의 선택인 셈이다.
하지만 영화는 <더티 댄싱2>와 <하바나 나이트> 사이에서 계속 갈팡질팡한다. 짬짬이 전편에 대한 오마주를 바치거나 패트릭 스웨이지의 얼굴을 구경시켜줄 때는 <더티 댄싱2>로 갔다가 쿠바 청년 하비에(디에고 루나)의 사연을 소개하기 위해 <하바나 나이트>로 오는 식이다. 문제는 허술한 드라마를 보충하기 위해서 쿠바 혁명에 대한 구구한 부연설명을 늘어놓느라 안 그래도 부족한 러닝타임에서 춤장면이 나올 시간만 까먹는다는 사실이다. 결국 마술을 부리기에는 춤도 음악도 너무 부족한 사태에 이른다.
그러니까 한 가지만 확실히 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58년이라는 시대배경과 다소 안 맞긴 해도 <부에나 비스타 소셜클럽>의 세례를 받은 이상 O.S.T도 나쁘게 들리지 않고 <이 투 마마>로 주목받은 디에고 루나와 신예 로몰라 게리의 춤장면도 썩 근사한 편이라는 점을 고려하자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