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천공의 성 라퓨타’
2004-04-27
글 : 김은형 (한겨레 esc 팀장)
‘절대반지’ 물렀거라 ‘비행석’ 떴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만든 ‘꿈의 공장’ 지브리 스튜디오의 창립 작품이었던 〈천공의 성 라퓨타〉(1986)가 4월30일 개봉한다. 하야오 감독이 푸른 창공과 하늘을 배경으로 힘차게 포물선을 그리는 비행의 아름다움을 남다르게 사랑했다는 건 이제까지의 작품들이 보여준 사실. 〈…라퓨타〉에서 감독은 아예 하늘에 떠있는 전설의 성을 소재로 자신이 열광했고, 〈붉은 돼지〉같은 〈…라퓨타〉 이후의 애니메이션들에서 관객을 매료시켰던 하늘과 비행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스위프트의 소설 〈걸리버 여행기〉에 등장하는 ‘공중에 떠 있는 섬 라퓨타’에서 가져온 모티브로 축조된 라퓨타는 오랜 옛날 만들어졌던 고도의 문명도시. 이제는 전설로만 전해지고 있는 라퓨타의 존재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던 소년 타즈는 우연히 하늘에서 떨어지는 소녀 시타를 구해내고, 시타를 통해 라퓨타가 실재함을 알게 된다. 그러나 시타의 목에 걸려있던 비행석을 빼앗으려는 군대와 악당 도라일행에게 시타와 타즈는 목숨을 위협받으며 추격을 당한다.

전설의 도시 재건할 ‘열쇠’,‘걸리버 여행기’에서 따와

조그마한 얼굴과 긴 팔을 가진, 이상하게 생긴 로봇과 귀여운 다람쥐가 푸른 녹음 속에서 사이좋게 사는 라퓨타는 자연과 문명이 공존하는 이상향이다. 그러나 고도로 발전한 문명은 스스로의 생명력을 상실해버렸다. 상층부에는 소박하게 자연이 숨쉬지만, 하층부에는 굳게 닫힌 건물들의 흔적이 남아 있는 하늘의 성 라퓨타는 이상향과 인간의 탐욕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시타와 타즈, 그리고 이들을 쫓는 비밀감찰관 무스카와 군대가 라퓨타를 찾아가는 속마음도 정반대다. 시타와 타즈에게 라퓨타는 다람쥐와 로봇이 함께 뛰어노는 ‘잃어버린 아이들의 도시’지만, 무스카 일행에게 라퓨타는 세상을 지배하는 문명의 정점이고, 그 문명을 장악하려는 권력에의 힘이다.

아이들 도시이자 권력의 장점, 마치 ‘반지의 제왕’반지처럼

문명이라는 미명으로 자연 생태계를 파괴하려는 인간(어른)의 욕망과, 자연을 복원시키고 생명의 힘을 회복하려는 아이들의 꿈의 대비를 통해 현대 문명을 비판한다는 점에서 〈천공의 성 라퓨타〉는 1984년작인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와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 그러나 문명과 자연이미지의 대립과 환경보호라는 메시지가 직접적인 〈…나우시카〉와 달리 〈…라퓨타〉의 메시지는 하늘과 비행의 판타지를 통해 좀더 은유적으로 이 주제에 다가간다.

〈천공의 성 라퓨타〉에서 라퓨타성의 재건에 열쇠 구실을 하는 시타의 비행석은 바다에 봉인된다. 어른들은 비행석을 손에 넣기 위해 전쟁을 벌이지만 아이들은 이것을 버리기 위해 힘있는 자와의 싸움을 피하지 않는 것이다. 이런 모양이 〈반지의 제왕〉에서 절대권력의 상징인 절대반지를 없애려는 호빗원정대와 이를 취하려는 사우론의 싸움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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