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나긋나긋하던 것과 달리 촬영장에서 김상진(37) 감독의 목소리는 크고 단호했다. 집 마당에서 닭들이 차승원을 공격하고, 차승원은 이를 피해 집 안으로 도망쳐 들어온다.
화면 프레임 밖에서 여러 사람들이 닭을 들고 있다가 던져야 하는, 일품 많이 드는 장면이다. 600마리의 닭을 풀어놓았지만 동선이 제각각이어서 열차례 가까이 다시 찍었다. 거제도 옥포항, 바다에 붙은 산 꼭대기의 집 풍경은 그림 같은데 촬영장엔 닭털이 날리고 닭똥 냄새가 진동한다. “극중에서 차승원이 어릴 때 닭의 목 자르는 장면을 보고 그게 마음속에 공포의 이미지가 됐거든요. 그런 건 커서도 계속 가잖아요. 닭들이 공격해오는 이 장면이 그래서 중요한데 닭들이 말을 안 들어서 애 먹네요.”
김상진 감독의 7번째 영화 〈귀신이 산다〉는 귀신이 나오는 공포영화다.제집 마련하는 게 꿈이었던 필기(차승원)가 고생 끝에 집을 구했는데, 거기에 귀신 연화(장서희)가 살고 있었다. 둘이 서로를 쫓아내기 위한 전쟁을 치르는 사이에 이 귀신이 지닌 슬픈 사연이 드러난다는 이 영화의 카피는 ‘한국 최초의 공포 코미디’다.
“홍보팀에서 공포 코미디라는 이상한 말을 만들었는데, 어쨌든 이 영화의 공포라는 말이 좀 다른 개념이랄까. 굳이 다른 영화와 비교하자면 팀 버튼 영화 비슷한…. 귀신 장서희가 눈 부릅뜨고 산발하고 하는 장면은 없어요. 귀여운 귀신이에요. 조명도 매우 밝게 가고.”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가 관객 1천만명 넘게 동원하기 전까지, 김상진은 관객을 가장 많이 동원한 감독이었다. 그의 네번째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부터 〈신라의 달밤〉 〈광복절 특사〉 세편을 합한 관객이 1100만명에 육박한다. 이번에도 흥행은 자신있다는 표정이다. “재밌게 만들 텐데, 〈실미도〉 〈태극기…〉 뒤로는 무슨 말을 못 하겠어요. 목표 올해 흥행 3위입니다.” 시네마서비스가 자체 제작하는 〈귀신이 산다〉는 올 추석 개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