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기지 않는 실화지만, 최후의 막달레나 세탁소는 1996년에야 문을 닫았다. 하긴 오늘날에도 세상에는 적당한 강압과 폭력이 “사람을 만든다”는 믿음이 버젓이 존재한다. 그런데 <막달레나 시스터즈>에서 가장 끔찍한 것은 무고한 인간을 경제적, 성적 노예로 착취하는 폭력의 강도가 아니라, 그런 폭력이 신앙과 감쪽같이 공존하는 천연덕스러운 매너다. 수녀들은 심심풀이로 소녀들을 벗겨 젖가슴와 음모를 품평하고 매질을 하며 자비를 논한다. 이 영화에서 최악의 공포는 저들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하는 둔감함이다.
교회의 불평 속에서 2002년 베니스영화제 대상을 받은 <막달레나 시스터즈>는 둔탁한 분노가 빚어낸 근육질의 영화다. 피터 멀랜 감독에게는 더 세게 보이려는 분장도, 또는 좀더 세련되고 균형잡힌 사색을 담으려는 전략도 없다. “악인도 인간이었네” 식의 자상한 관찰도 없다. 이토록 체계적인 착취와 강간의 범죄에는 맥락 어쩌고하는 변명이 가당치 않다는 듯, 완곡어법 따위는 지옥에나 가버리라고 외치듯 단호하다. 바로 그 때문에 <막달레나 시스터즈>는 벌거벗겨진 소녀들의 상처난 육체처럼 미숙하지만 잊기 어렵다. 영화를 보는 내내 오금이 저리고 코끝을 감도는 차가운 빨래의 시큼한 비린내가 구역질을 동한다. 그러므로 버나뎃과 로즈가 마침내 수녀들을 공격하는 순간 폭발하는 동물적 카타르시스는, 당신이 영화의 주문에 제대로 따라왔다는 징표다. 피터 멀랜 감독이 생산하고 싶었던 것은 성찰이 아니라 분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