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미디어에서 올 여름 가장 기대되는 블록버스터영화 중 하나로 꼽고 있는 액션어드벤처 <반 헬싱>이 지난 4월21일 맨해튼 로스 링컨스퀘어 극장에서 월드 프리미어를 가졌다. 감독과 프로듀서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완성된 영화를 보지 못했던 탓일까, 시사회에 참석한 출연배우들도 긴장한 모습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단순한 액션영화를 예상하고 모인 기자들과 관객은 기대 이상의 것을 보았다. 스펙터클한 영상은 박수와 환호성을, 짜임새 있는 스토리는 숨소리도 들리지 않는 정적을 자아내며 영화를 보는 내내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기분이 들게 했다.
인간적인, 지극히 인간적인
브람 스토커의 <드라큘라>와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의 원작소설, 그리고 유니버설의 클래식 몬스터영화들을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스티븐 소머즈 감독이 <미이라> 시리즈 이후 2년 만에 내놓은 판타지어드벤처. 19세기 유럽, 괴물이나 귀신은 사람들에게서 서서히 잊혀져간다. 하지막 로마의 교황청과 각종 종교단체들로 구성된 비밀결사단은 미스터 하이드(지킬 박사와 하이드)는 물론 늑대인간, 프랑켄슈타인의 괴물, 그리고 드라큘라 등의 몬스터를 반 헬싱(휴 잭맨)을 통해 벌하려 한다.
반 헬싱은 이스탄불에서 티베트까지 수도사와 회교 학자들에게 트레이닝을 받은 몬스터 헌터로, 최첨단 무기를 가지고 괴물 사냥을 한다. 하지만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그는 악과 싸우면서도 보통 사람을 죽였다는 오해를 받아 지명수배까지 당한다. 그러던 중 교황청은 트란실바니아에서 엄청난 음모를 꾸미고 있는 드라큘라(리처드 록스버그)를 저지하고, 수세기 동안 드라큘라와 싸워왔지만 저주로 인해 그를 죽이기 전까지는 천국에 못 가고 영원히 연옥에 남겨질 위기에 처한 발레리우스 가문을 도우라는 명령을 받는다. 무기 발명가인 탁발 수도사 칼(데이비드 웬햄)과 트란실바니아로 떠난 반 헬싱은 발레리우스 가문의 마지막 후예이자 여전사인 아나(케이트 베킨세일)를 만나게 된다. 드라큘라와 그의 신부(bride)들과 대결하면서 반 헬싱은 드라큘라의 음모와 자신의 잃어버린 과거에 조금씩 가까워진다.
사실 <반 헬싱>의 포스터나 예고편을 본 관객이라면 이 영화를 단순한 할리우드 액션영화로 생각하게 마련이다. 근육질의 사나이 휴 잭맨이 드라큘라와 프랑켄슈타인, 늑대인간을 쳐부수는 1차원적인 영웅으로만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 헬싱>은 모든 캐릭터가 지극히 인간적인 고민과 문제를 가지고 있고,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행동한다는, 다소 심오한 이야기를 품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관객이 주인공뿐만 아니라 악역까지도 애정을 가지고 지켜보게 만든다.
배우의 움직임과 CGI의 적절한 결합
<미이라2>에서 스토리에 약세를 보였던 소머즈 감독은 <반 헬싱>으로 독창적이면서도, 클래식 판타지어드벤처 장르에서 느낄 수 있었던 색다른 재미를 다시 관객에게 선사한다. 이 작품에도 CGI가 많이 사용됐지만, 특수효과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극적인 전개를 위한 ‘수단’으로 대부분이 이용돼 시사회장에서 관객의 큰 호응을 얻었다. 드라큘라가 변신하는 대형 박쥐 ‘헬비스트’(Hellbeast)와 늑대인간(Werewolf), 드라큘라의 자손인 피그미 박쥐(Pygmy Bats), 미스터 하이드 등이 완벽한 CGI 캐릭터로 소개된다. 이같은 캐릭터와 작품 내 특수효과는 소머즈 감독과는 <미이라> 시리즈에서 손발을 맞췄던 ILM이 담당했다. 이들은 <반 헬싱>에서 헬비스트에게 거대한 4m짜리 날개를 달아주었고, 흡혈귀들에게는 공포영화 <프라이트 나이트>를 연상시킬 만큼 무시무시한 30cm가 넘는 송곳니를 덧붙여주었다.
늑대인간의 변신장면은 배우의 유연성이 큰 역할을 한 장면. 물론 늑대 모습은 완전한 CGI가 사용됐지만 변신 과정을 좀더 생동감 있게 표현하기 위해 배우의 몸동작이 CGI의 기본으로 사용됐다고 한다. 그??는 “스티븐이 살점을 찢어내면서 늑대로 변하는 장면이니까 진짜 저주를 받은 것처럼 고통스럽게, 더 격렬하게 움직여야 한다고 촬영할 때 소리를 질러서 혹시 미치지 않았나 의심도 했다”고 한다.
이외에 촬영 방법을 새롭게 개발하기도 했다. 박쥐들이 여러 각도로 날아다니며 마을의 전경을 내려다보는 장면을 찍기 위해 케이블 설치방법과 카메라 등을 개발하는 등 새로운 시각적 표현 방법을 선보였다. 또 드라큘라의 신부들이 박쥐로 변해서 하늘을 날아다니는 장면은 여배우들의 몸동작을 센서로 입력시킨 뒤 CGI에 도입했고, 얼굴 부분은 배우들을 그대로 사용했다.
270명의 엑스트라와 115명으로 구성된 오케스트라가 동원된 드라큘라의 가장무도회 장면은 <반 헬싱>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이다. 프라하의 빌코바 팰리스에서 촬영된 이 장면에는 세계적인 서커스단 ‘서크 드 솔레’(Cirque de Soleil)의 데브라 브라운이 안무를 맡았고, 서커스 단원들이 공중 그네와 각종 곡예 등 솔로 공연을 선보이기도 했다. 엑스트라 중 100명은 프라하의 볼룸댄서들. 프라하에서는 볼룸댄스가 기본 교육과정에 포함돼 있어 촬영지에서 많은 배우들을 고용할 수 있었다고 한다.
고전 몬스터들을 부활시킨 <반 헬싱>의 홍보전략
이 영화에서는 몇 가지 재미있는 뒷이야기가 있다. 본래 늑대인간이 늑대에서 인간으로 변신할 때에는 옷이 모두 찢긴 상태이기 때문에 누드로 처리될 예정이었으나, 편집 과정에서 헐크의 바지(?)처럼 언제나 제자리에 있도록 디지털로 바지를 입혔다고 한다. 또 초반부에 등장하는 성당은 프라하의 세인트 니콜라스 성당. 잭맨에 따르면 촬영기간 중 어느 날 콜라를 마시다 오르간 위에 올려놨는데, 한 성직자가 “그 오르간은 한때 모차르트가 연주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 정도로 유서 깊은 곳인 줄 몰랐던 잭맨은 화들짝 놀라 금방 콜라를 다른 곳에 옮겨놓았다고. 또 다른 일화. 잭맨이 연기한 반 헬싱은 브람 스토커의 원작에 따르면 60대 노인으로, 이름은 아브라함이다. 소머즈 감독은 “아브라함은 아무리 생각해도 멋있지 않았기 때문에, 반 헬싱을 젊고 멋진 신세대 버전으로 바꾸면서 이름도 가브리엘로 바꿨다. 아브라함의 동생쯤으로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반 헬싱> 촬영 중에는 좋은 일이 많이 일어났다. 드라큘라 역을 맡은 록스버그는 드라큘라의 신부 3명 중 하나인 베로나 역을 맡은 실비아 콜로카와 오는 가을에 결혼할 예정이다. 기자 회견 중 시종일관 웃음을 감추지 못하던 록스버그는 약혼 사실을 시인하면서 함지박만한 미소를 보여주었다. 이 밖에도 출연진과 스탭은 리허설과 촬영, 포스트프로덕션 등을 함께하면서 무척 친해진 느낌이다. 기자회견 중 배우들은 “지난 3개월 동안 서로 못 봤지만 다시 봐도 촬영 때처럼 친근하게 느껴진다”며 “좋은 친구를 얻게 돼 기쁘다”고 입을 모았다. 유니버설픽처스는 <반 헬싱>의 개봉을 앞두고, 각종 매체를 통한 대대적인 홍보 캠페인을 실시한다. 출연배우들이 직접 목소리를 담당한 비디오 게임 <반 헬싱: 게임>은 플레이스테이션2와 XBOX로 영화 개봉과 함께 출시된다. 개봉 일자에 맞춰 <반 헬싱>을 장편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한 <반헬싱: 런던 어사인먼트>도 DVD로 출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