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소머즈 감독 인터뷰 "타당한 이유를 품은 악당에 주목한다"
<미이라> 시리즈로 유명한 스티븐 소머즈 감독은 지난 2년간 스크립에서 스크린까지 <반 헬싱>을 영화화하기 위해 보냈다고 한다. 뉴욕 시사회가 있기 며칠 전에야 모든 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는 그에게서는 어린 시절의 꿈을 이룬 듯한 만족감을 엿볼 수 있었다.
<반 헬싱>을 만들게 된 이유는.
<미이라> 시리즈를 만든 다음에 친구들이 “다음엔 뭐 할 거니? 드라큘라?”라고 우스갯소리를 하곤 했다. 그래서 농담처럼 시작하게 됐는데, 리서치를 하면서 어릴 적에 봤던 유니버설픽처스의 1930, 40년대 몬스터영화들을 다시 봤다. 이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드라큘라와 늑대인간, 프랑켄슈타인을 한 영화에 출연시킬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그러다가 ‘드라큘라가 목숨이 걸린 중대한 이유로 닥터 프랑켄슈타인의 몬스터를 필요로 하다면 어떨까’란 생각을 했고, 이에 대적할 캐릭터로 반 헬싱을 결정하게 됐다. 그가 다른 작품에서는 비중이 작은 역할로만 다뤄져 일반 관객에게 약간은 생소하지만 그야말로 오리지널 몬스터 헌터였다.
휴 잭맨을 반 헬싱 역으로 언제부터 생각했나.
스크립을 쓰기 시작할 때부터 휴를 주인공으로 생각했다. 다른 사람은 한번도 생각하지 않았다. 휴는 카리스마가 있고, 터프하면서도 로맨틱하기 때문에 완벽한 반 헬싱이라고 믿었다. 그리고 약 188cm의 훤칠한 키에 건장한 체격도 플러스가 된 것이 사실이지. 가장 중요한 것은 소년이 아닌 진짜 남자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반 헬싱>의 인트로가 흑백인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첫 장면을 흑백 처리한 것은 클래식 호러영화에 대한 존경심을 표현한 거다. 특히 닥터 프랑켄슈타인의 몬스터가 살아나는 장면은 거의 오리지널 작품을 따랐다.
드라큘라와 그의 신부들 사이의 관계가 새롭게 묘사된 것 같은데.
내가 글을 쓰면 늘 단순한 것에서 시작해 엄청나게 커져버린다. 예를 들어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시작하면, 조금 뒤 에일리언이 갑자기 나타난다든지…. 이 작품을 쓰면서도 400년 동안 드라큘라가 신부 3명과 뭘 했을까 생각해봤다. (웃음) 이들 사이에는 수많은 자손들이 나왔지만 이미 죽은 상태(undead)에서 태어나기 때문에 이들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다. 그래서 프랑켄슈타인도 나오고, 늑대인간도 나오게 된 거지. (웃음)
뉴욕 시사회에서 처음으로 <반 헬싱>을 공개했는데, 시사회 반응에 만족하는지.
휴 잭맨과 케이트가 키스하는 장면에서 관객의 반응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아마도 이들 사이의 케미스트리가 잘 작용한 것 같다. 관객이 캐릭터들을 좋아하지 않았으면 이런 반응을 얻을 수 없었을 것이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몬스터 캐릭터는.
어릴 적부터 <반 헬싱>에 등장하는 클래식 몬스터영화를 좋아했다. 가만히 생각하면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 악당들은 타당한 이유를 가지고 나쁜 일을 한 경우였다. 이 밖에도 <엘리펀트맨>이나 존 스타인벡의 <오브 마이스 앤 멘>의 레니처럼 비극적인 캐릭터를 좋아한다. 아마도 그래서 프랑켄슈타인을 좋아하나보다.
<반 헬싱>에는 연극배우 출신 배우들이 많이 나오는데….
원래 시어터 출신 배우들을 많이 고용하는 편이다. 늘 캐스팅 때면 브로드웨이와 런던 웨스트엔드 공연들을 수없이 보러 다닌다. 93년에 개봉한 <헉 핀의 모험>(The Adventures of Huck Finn) 때부터 캐스팅을 그렇게 해왔다. 엘리야 우드를 주연으로 정한 뒤 나머지 배역은 모두 시어터쪽에서 캐스팅했다.
휴 잭맨(반 헬싱 역) 인터뷰 "말 사이 매달려서 ‘난 죽는구나’ 했다"
<엑스맨>에 출연하기 전까지 무명이나 다를 바 없었던 휴 잭맨의 인기는 수직상승 중이다. 그동안 <썸원 라이크 유>와 <케이트&레오폴드> 등의 로맨틱영화를 통해 여성팬 확보에도 성공한 그는 현재 브로드웨이 뮤지컬 <보이 프롬 오즈>(The Boy from Oz)에서 춤과 노래 실력도 과시하고 있다.
어떻게 이 작품에 참여하게 됐는지.
당시 <엑스맨2> 촬영과 <보이 프롬 오즈> 준비 단계에 있어 분주했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스티븐(감독)과 식사를 같이 한 뒤 출연에 동의했다. 아마 스티븐처럼 영화 피치??를 잘하는 사람도 없을 거다. 그땐 이 영화 놓치면 진짜 큰일날 것 같았다. (웃음) 스크립 초고를 가지고 피치하는 사람은 처음 봤지만, 그래도 내용이 마음에 들었다.
스티븐 소머즈 감독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감독으로 생각하지 않고 파트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캐스팅에도 내 의견이 많이 반영됐고, 촬영 중에도 다른 배우들의 의견도 많이 참고했다. 모든 아이디어에 오픈된 사람이라 일하기가 편했다. 나중에는 스티븐이 형제 같기도 해서 일하는 게 재밌더라.
액션장면이 많은데, 촬영 중에 가장 어려웠던 장면은.
마차를 타고 추격당하는 장면이 무서웠다. 이 장면에서 나는 말 사이로 떨어져 겨우 매달려 있는 연기를 했다. 여러 번 촬영을 되풀이해야 하기 때문에 말 다리를 보호하기 위해 세트장에 만들어진 길바닥에 부드러운 나뭇조각을 깔아놓았는데, 말발굽에 이 조각들이 내 머리와 얼굴로 막 튀어서 비명을 많이 질렀다. (웃음) 멋있게 보여야 하는데 자꾸 “아야” 하는 비명소리에 NG가 자주 났다. 그리고 말 사이에 매달려 있다보니 ‘혹시 이러다 말이 모여들어 떨어지면 어쩌나. 그럼 난 죽는구나’ 하면서 식은땀도 흘리고…. (웃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몬스터 캐릭터는.
선과 악은 모든 사람들의 내면에 존재한다고 본다. 이들은 결정을 내릴 때마다 항상 싸운다. 그래서 이같은 내면적인 갈등이 육체적으로도 표현되는 늑대인간이 좋다.
케이트 베킨세일(안나 발레리우스 역) 인터뷰 "남성과 동등한 여성 캐릭터의 액션 영화가 좋다"
터프하면서도 재미있고, 섹시하면서도 강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여배우 케이트 베킨세일. 그녀는 <진주만>을 시작으로 지난해 개봉된 <언더월드>로 새로운 액션스타로 자리잡고 있다.
<반 헬싱>에 출연한 이유는.
액션영화가 좋다. 특히 여성들이 나오는 경우에는 더 좋다. 여성 캐릭터가 실제로 할 수 있는 일이 있는 액션어드벤처를 자주 볼 수 없어서다. 그리고 스크립에서 나의 역할과 휴의 역할이 동등한 입장에서 몬스터와 대결하며, 이같은 위치가 영화의 끝까지 이어진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지난해 출연한 <언더월드> 캐릭터와 비슷한 것 같은데….
터프한 여자 역할이라는 면에서는 비슷하지만, <언더월드>와는 차이가 많다. <반 헬싱>에서 내가 맡은 안나 발레리우스는 드라큘라와 대적해야 하는 사명을 가진 왕족 가문에서 태어난다. 발레리우스 가문은 드라큘라를 죽이지 못하면 모두 연옥에 영원히 남겨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안나가 바로 이 가문의 마지막 혈통이기 때문에 그녀가 모든 짐을 짊어지게 된다.
특이한 악센트로 연기하던데, 어려움은 없었는지.
슬라브어 악센트다. 대학 때 러시아어를 공부했기 때문에 악센트가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다. 그리고 워낙 실력있는 언어 코치를 붙여주어서 더 쉬웠지. 한 가지 어려움이 있었다면, 올해 3살된 딸이 “엄마 왜 그렇게 말해? 이상해”라고 말할 때였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