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뉴스]
<슈렉2> 미국LA 시사기
2004-05-11
글 : 임범 (대중문화평론가)
슈렉보다 더 와장창 동화의 허구를 깨다

<슈렉>의 미션은 ‘동화의 허구적 행복관을 깨라‘였다. 마법에 걸려 성에 갇힌 공주를 용감한 미남 왕자가 구하고, 첫키스와 함께 마법에서 풀려난 공주는 절세가인이고, 둘은 결혼해 왕과 왕비로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았다는 동화의 전형성을 <슈렉>은 배반했다. 공주를 구한 건 괴물처럼 생긴 슈렉이고, 키스해도 공주는 여전히 못생겼고, 둘은 결혼한 뒤에도 인간 공동체를 떠나 외진 늪지대에 살았다. 벌레붙은 솜사탕 먹고 트림 꺽꺽하면서. 그렇게 <슈렉>은 가공된 행복의 이미지와 외모에 목숨거는 동화의 허영을 조롱했고, 월트 디즈니 로고의 성을 못된 영주의 성에 빗대며 그 동화들을 줄기차게 재생산해온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풍자했다.

비벌리힐즈 풍자하기

<슈렉>이 나온 지 3년이 지나 지난 7일(현지시각) 로스엔젤레스에서 첫 시사회를 연 <슈렉 2>는 변심하지 않고 더 전면적으로 전편의 미션을 실천해 간다. 2편에서 풍자하는 건 디즈니 일개 영화사가 아닌 할리우드 전체다. 피오나 공주의 부모인 ‘겁나 먼 왕국’의 왕과 왕비가 슈렉-피오나 부부를 왕국으로 초대한다. 부유하고 화려하기 그지없는 그곳은, 실은 요정할머니가 왕의 덜미를 잡고서 인간들을 동화적 허영의 노예로 끊임없이 전락시키는 가공된 이미지의 왕국이었다.

그 왕국의 동네 풍경이 할리우드 옆 비벌리힐즈를 빼다박았다. 시나리오를 쓰고 감독을 맡은 앤드류 애덤슨의 말. “피오나의 부모들은 성에 갇힌 딸을 멋진 왕자가 와서 구해주길 기대했을 거다. 그걸 슈렉이 망가뜨린 것이고. 부모가 그런 기대를 한 건 그들이 (동화적인 허구의) 이미지에 연연해 하기 때문이다. 그럼 이미지에 연연해하는 대표적인 곳이 어디냐. 찾아보니 바로 비벌리힐즈였다.”

대사의 재치, 인용되는 대중문화의 아이콘, 3D 화질의 섬세함 모두 업그레이드된 2편에선 1편의 당나귀 동키와 같은 비중의 중요한 캐릭터 ‘장화신은 고양이’가 새로 등장한다.

킬러 고양이 등장이요

슈렉을 죽이기 위해 킬러로 고용된 이 고양이는 조로처럼 모자와 망또를 두르고 칼도 날렵하게 휘두르고 매혹적인 저음의 라틴식 영어를 구사한다. 그러나 실은 소심하고 때론 애교 만점이어서 슈렉의 편이 된 뒤에 당나귀 동키의 질투를 받는다. 이 고양이는 2편에서 아이들이 가장 좋아할 캐릭터가 될 것같다. 그 목소리 연기를, 라틴 남자의 정열이 넘쳐흐르는 짙은 눈매의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맡았다.

반데라스가 목소리 맡아

“출연 제안을 받고 무조건 좋다고 했다. <슈렉> 1편이 너무 재밌었다. 카메오 정도로 생각했고 그것도 감지덕지였다. 그런데 큰 역할을 맡았다. 조그만 체구에 눈물 글썽이는 눈을 무기로 사람들을 현혹하는 그 캐릭터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반데라스는 질문자의 눈을 오래도록 정면으로 바라보면서 듣고 답했다. 영화에선 좀 느끼할 때도 있었던 그 눈은 깊으면서 의외로 담백했다. 고양이 캐릭터를 말하면서 영화 속 고양이처럼 손을 턱밑으로 모으고 애처럽게 눈을 떠보일 만큼 열정적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이 고양이가 조로의 모습으로 등장한 건 <마스크 오브 조로>로 조로의 표상이 된 반데라스 스스로 자기 이미지를 희화화하는 것이기도 하다. “상관 없다. 되레 그런 걸 좋아한다. 나는 조로처럼 칼을 쓰지도 못하고 용기도 없다. 다만 배우이다. 이 고양이를 조로와 대조시키는 건 재밌는 발상이다. 섹시한 목소리도 인용하고. 원래 제작진은 <삼총사>의 달타냥 같은 이미지를 생각했다가 내가 캐스팅되고 나서 조로로 바꿨다고 들었다.” 그는 실제로 “순종적인” 개보다 “독립적이면서 통제되지 않는” 고양이를 더 좋아한다고 말했다. 자신의 두 딸도 “자유롭고 독립적으로” 살 길 바란다고 했다.

로스엔젤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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