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로운 제작배경이지만 영화의 내용은 쉽게 전모를 파악하기 힘들다. 과거의 상처로 힘들어하는 희재(김태연)와 관계를 믿지 않는 현태(이동규)의 사랑이 한축이라면, 현태의 오랜 친구인 구본(공정환)과 재철(박재현), 그리고 각각의 여자친구인 혜련(조효경)과 미영(사현진) 사이의 엇갈린 사랑이 또 다른 한축을 이룬다. 두개의 주된 플롯이 서로 융화하지 않고 끊임없이 방황하는 이 영화의 의도를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주인공들 중 그 누구도 자신의 고민을 남에게 털어놓는 법이 없다는 점에서 아마도 감독은 소통불가능 상태에 빠진 현대인을 말하고 싶었던 모양이라고 짐작할 뿐이다. 관객은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로 괴로워하는 두 커플 사이를 오가며 상상의 나래를 펼쳐야 한다. 영화는 결국은 정치적 명분이나 예술적 성취, 혹은 성적 쾌감에도 관심이 없는 듯 보이는 기묘한 상태로 남게 됐다.
감독은 대학 시절 문화원을 드나들면서 유럽 예술영화에 대한 애정을 키웠다고 한다. 아무도 이해하지 못할 둘 사이의 감정을 굳이 설명하려 들지 않고 밀어붙인다는 점에서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 한 무리의 젊은이들 사이에 엇갈리는 사랑을 다룬다는 점에서는 <쥴 앤 짐>과 같은 영화들의 희미한 흔적이 보인다. 그러나 그 영화들이 누군가에게 의미를 지닌다면 그것은 지극히 파편화된 그 인물들이 스크린 밖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관객, 혹은 세상과 접점을 가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풀리쉬 게임>이 내세운 소통불가능성은 영화 속 등장인물뿐 아니라 관객에게도 해당된다. 이 영화는 자신이 설정한 주제 속에서 길을 잃은 것처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