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1일, 동유럽권의 10개국이 새롭게 유럽연합(EU)에 가입하면서 EU 가입국이 25개국으로 늘어났다. 새로 EU에 가입한 나라들 중 일부는 일년 전부터 런던에 문화원을 세우고, 각국의 문화를 소개하기 위한 방편으로 정기적으로 자국영화들을 소개해왔다. 한편, 런던 소호 중심부에 위치한 극장 커즌 소호에서는 ‘Made In Europe’이라는 시리즈를 자체적으로 기획, 영화적 전통은 오래됐지만, 냉전 체제의 잔재 아래서 제대로 소개될 기회가 없었던 동유럽 나라들을 집중 소개해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시리즈의 첫 번째 기획은 ‘Made In Poland’로 <유로파 유로파> <올리비에 올리비에> 등으로 서구에서도 인지도가 있는 폴란드의 여감독, 아그네츠카 홀랜드의 영화 세편이 지난 2월 한달 동안 상영됐다. 이 행사에는 홀랜드의 1980년 데뷔작 <지방 배우>(Provincial Actors)(사진), 1981년작 <혼자뿐인 여자>(A Lonely Woman), 그리고 영어로 만들어진 최근작 <집으로 가는 줄리>(Julie Walking Home)가 소개됐다. 지난 3월 진행된 이 시리즈의 두 번째 기획 ‘Made In Estonia’는 에스토니아에서 최근 만들어진 다큐멘터리, 픽션, 애니메이션 등을 소개했다. 특히 이 기회에 런던에서 상영된 픽션영화 <네임스 인 마블>(Names in Marble)은 2002년 만들어져, 에스토니아에서 박스오피스 기록을 경신하면서 에스토니아 필름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영화가 되었던 영화.
지난 4월의 세 번째 기획은 ‘Made In Romania’로, 루마니아의 아티스트인 이온 포레스쿠 고포가 1950년대 말과 60년대 초에 거쳐서 만든 세편의 실험적인 단편영화가 선보였다. 이번 5월의 네 번째 기획은 ‘Made In Hungary’로, 두편의 장편영화가 선보인다. 한편은 1967년 당시 소비에트 유니온과 헝가리의 합작영화로, 볼셰비키 혁명 50주년을 기념하는 대작 역사영화 <적과 백>(The Red and the White). 다른 한편은 현재의 부다페스트를 배경으로 만들어져 세계의 유수영화제들을 돌면서 호평받고 있는 신예감독 베네딕 플리고프(Benedik Fliegauf)의 <포레스트>(Forest)다. 커즌 소호의 이번 기획은 동유럽 나라들의 EU 가입이 단순히 정치적, 경제적인 연대뿐만 아니라 문화적이고 영화적인 교류와 이해를 증진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하는 시의적절한 기획이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