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노 사건 때처럼 승리를 내줬다가 되찾는 구조의 <클레멘타인>은 시작과 끝을 국위선양 및 민족자존심 회복에 맞춘 근래 보기 드문 영화다. 그 안쪽엔 비정한 조직과 불같은 경찰에 강인한 여검찰이 제법 그럴싸하게 포진하고 있다. 그리고 한가운데는 엉뚱하게도 더없는 부성(父性)과 비밀스런 가족사가 애절하게 자리한다. 3분의 1은 액션, 3분의 1은 조폭·형사, 3분의 1은 멜로라는 황금분할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어느 것 하나 요즘 관객의 눈높이를 고려한 게 없다. 이종격투기라는 트렌드는 B급 할리우드 스타일로 밋밋하게 툭툭 던져질 뿐이고, 전라도 사투리는 감칠맛보다 촌스러움에 절어 있으며, 눈물 쥐어짜려는 신파 코드는 한국판 <아이 앰 샘> 대신 때아닌 <미워도 다시 한번>을 재생한다. 순박한 다혈질 마초와 당돌깜찍한 딸, 비련의 여주인공이라는 가족삼각형은 이것이 언제적 것인가 싶은 적잖이 당혹스런 대사를 날리며 우연과 작위로 점철된 구닥다리 드라마를 쉼없이 밀어붙인다. 이에 맞춰 중반쯤 튀어나온 <나의 사랑 클레멘타인>은 찢어질 듯한 신파조의 고함에 범벅되어 끝날 때까지 과잉 파토스를 강요한다.
더 황당한 건 캐스팅과 연출이다. 태권도 챔피언이었던 이동준이야 몸소 액션까지 맡아 주연을 욕심낼 만도 했겠고, 영화판의 스타 대신 김혜리·임호·전원주·임혁필·황기순 등 TV스타를 확인하는 즐거움도 있다. 하지만 그 즐거움은 한없이 상투적이고 낡은 연기만 봐야 하는 괴로움을 이기지 못한다. 게다가 왕년의 액션스타 스티븐 시걸은 서너 마디 대사와 몇번의 발길질로 제작비 30억원 중 12억원을 잡수셨다 한다. 이게 과연 민족자존심을 고취하는 캐스팅인지 심히 의심스러울 정도다. 제작진은 한국영화 볼 바에야 스티븐 시걸을 보고 말지 하던 시절 이후로 한국영화를 하나도 안 본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