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리포트]
[칸 2004] <아무도 모른다>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2004-05-18
글 : 이성욱 (<팝툰> 편집장)
글 : 김도훈
사진 : 손홍주 (사진팀 선임기자)

버려지는 아이들의 삶과 에너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아무도 모른다>의 기자회견은 열띤 분위기에서 진행되었다. 특히 주연인 5명의 아역배우들에게 집중적으로 사진세례가 쏟아지기도 했다. 인터뷰를 시작하기도 전에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이름을 소개하자 박수가 터져나왔던 것도 이례적인 일이었다. 일본 기자들이 절반 가까이 기자회견 장소를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배우들이 즉흥적이고 자발적으로 연기를 해낸 것 같다. 비전문 배우들과의 작업이 어려웠는가.

보람있고 훌륭한 시간들이었다. 시나리오는 준비되어 있었지만 로케이션 장소에 도착해서 연기해야 할 상황을 글로써가 아니라 말을 통해 설명해주었다. 그 상황을 여러 번 반복시키는 과정에서 배우들의 자발성이 나오게 되었다. 사실 아이들에게는 현실과 픽션이 잘 구별되지 않는 경우들도 있었다. 시게루(작은아들)가 집에서 도망가는 장면을 찍고 난 뒤 둘은 정말로 화가 났다. 히에이(작은아들 역)는 유야(큰아들 역)와 차를 같이 타지도 않으려고 했다. 이렇게 현실과 픽션의 경계가 애매한 넓은 영역이 있었다. 매우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이 영화는 실제 사건을 통해 일본사회에 대한 통찰을 보여주려는 것 같다. 당신은 일본사회를 어떻게 바라보는가.

도쿄에 관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나는 도쿄에서 태어나 자랐고 지금도 도쿄에서 살고 있다. 도쿄의 현재 모습, 아이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이 영화는 개인적이지만 보편적인, 어린 시절에 관한 영화이다. 시나리오를 쓰는 데 내 어린 시절의 기억을 많이 이용하였다. 내가 어렸을 때는 살기가 힘들었고, 저녁에 엄마가 돌아오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했다. 누구에게나 그런 기억은 있을 것이다. 그런 것들을 영화에 이용했다. 알다시피 이 사건은 15년 전에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그 이후로 이 문제는 일상적인 것이 되었다. 도쿄뿐 아니라 일본 전체에서 부모에게 버려진 아이들이 발견된다. 이 사건은 충격적인 것이지만 저널리즘적으로 접근하려는 것은 아니다. 이 아이들의 삶과 그들이 가진 에너지를 보여주고 싶었고, 그래서 다큐멘터리가 아닌 픽션을 선택한 것이다.

영화에는 어머니로부터 버림받은 아이들과 함께 왕따를 당하는 여고생이 등장한다. 당신은 이 두 가지 현상 사이에 어떤 공통적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외로움이 양쪽을 결합시켰을 뿐이다. 이런 일이 일어나는 원인은 잘 모르겠다. 아마도 여러 가지겠지. 하지만 갈수록 버려지는 아이들의 숫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아파트 안에, 편의점이나 파친코에 아이들이 버려진다. 영화 속에서 파친코가 나오는 장면을 자세히 살펴보면 혼자 떨어져 있는 아이를 발견할 수 있는데, 이 장면도 같은 주제를 다루기 위해 넣은 것이다.

일본에서 이 영화는 이미 개봉되었나. 일본인들의 반응은 어떤가.

7월 말 개봉예정이다. 일본 관객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어제 기자 시사가 끝나고 관객의 박수소리를 들었는데, 내게는 큰 기쁨이었다. 일본인들이 이 아이들의 감정에 주의를 기울여주었으면 좋겠다.

취재지원=장태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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