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현지시각) 전세계적으로 처음 공개된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는 세번에 걸쳐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청년 게바라와 알베르토가 헤어져 집으로 돌아갈 때 한번, 스크린에 퍼졌던 암전이 다시 밝아지며 게바라가 만났던 남미사람들의 얼굴이 흑백 스틸사진처럼 쭉 이어질 때 한번 더, 크레딧과 함께 게바라가 직접 찍었던 당시 사진들이 올라갈 때 또 한번 박수가 터져나왔다. 이 수수한 드라마에서 별다른 감동을 받지 않은 사람이라도 주름진 흑백의 얼굴들이 지나갈 때, 특히 맨 마지막에서 게바라와 함께 여행했던 알베르토 그라나도의 현재 얼굴이 클로즈업될 때 무덤덤한 평정심을 유지하기란 불가능해보였다.
현재 쿠바에 살고 있는 이 영화의 실제 주인공 알베르토 그라나도(81)는 이번 영화제의 가장 귀한 손님 가운데 하나다. 월터 살레스 감독, 배우들과 동행한 그는 “이 영화를 보는 것은 50년전 게바라와 내가 했던 여행, 그리고 우리가 봤던 라틴 아메리카 사람들의 삶에 동참하는 여정”이라며 “영화에서 누가 나를 연기한 일이 드문데 당시의 나와 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정확히 이해한 감독과 배우들을 만나게 돼 행운”이라고 만족스러워했다. 지금도 오토바이를 보면 당시의 여행을 떠올린다는 그는 “여행 중에 체가 나에게 집시같다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영화는 당시의 감정적, 영적 경험을 그대로 녹여 안그래도 약한 심장이 영화를 보면서 여러번 멎을 뻔했다”고 소감을 말했다.
“영화를 처음 시작했을 때 나는 브라질 감독이었지만 영화를 끝내고 나서는 라틴 아메리카의 감독이 됐다”고 말한 월터 살레스 감독은 방대한 자료검토와 수많은 인터뷰 과정을 거치며 5년에 걸쳐 이 영화를 완성했다. 알베르토와 동행한 한 촬영지에서, 반세기 전에 알베르토로부터 치료를 받았던 환자가 다가와 두 사람이 서로를 한 눈에 알아본 “감격적인 순간”도 있었다고 회고하면서 감독은 “(게바라와 알베르토가 했던) 여행의 기억과 울림은 여전히 라틴 아메리카의 거울과 같다”고 말했다. “영화를 만드는 과정은 현실을 좀 더 잘 알고자 하는 우리에게 주어진 특별한 초대장같은 것”이라고 정의내린 사려깊은 눈빛의 살레스 감독은 체 게바라가 대중문화 상징처럼 소비되는 현실에 대해서 “체를 상품으로만 파는 사람들은 다른 나라 사람들을 경제적으로 착취하거나 군대를 팔아먹는 사람들과 다를 바 없다”고 따끔하게 비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