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리포트]
다운타운과 함께 쑥쑥 자라나다, 제3회 뉴욕 트라이베카영화제 결산
2004-05-21
글 : 양지현 (뉴욕 통신원)

올해로 3회를 맞은 뉴욕 트라이베카영화제(TFF)가 관객의 구미에 맞는 다양한 영화들의 축제로 맨해튼 다운타운에 뿌리를 깊숙이 내리고 있다. 지난 5월1일부터 9일까지 열린 이번 행사에서는 42개국의 장단편 250여편이 소개됐고,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패널토크와 패밀리 페스티벌, 무료 콘서트, 야외 영사회 등 다양한 행사가 함께 열렸다.

해마다 급성장하는 TFF

뉴욕 다운타운의 재건을 위해 시작된 TFF는 첫회 15만명의 관람객이 찾고, 1040만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2003년에는 2배 이상 늘어난 35만여명의 관람객이 행사장을 찾았으며, 4700만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이같은 성과로 TFF는 대기업 스폰서를 15개로 늘리는 데 성공했다. 영화제 직원 수도 100명으로 급성장 했고, 자원봉사자도 2500명으로 늘어났다. 뉴욕시와 주정부는 물론 맨해튼 다운타운 재건을 담당하고 있는 기업들 역시 무상으로 장소와 시설을 사용하도록 허가했다. 따라서 이같은 수익과 파급효과가 일시적일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보기 좋게 종식시켰다.

올해 장편영화상과 감독상은 중국의 <초록모자>(The Green Hat)와 이를 연출한 리우 펜 도우 감독이 수상했다. <뉴욕타임스>에서 “마치 <저수지의 개들>을 연상시키는 작품”이라고 평한 이 영화는 작품상과 감독상으로 각각 2만달러와 2만5천달러의 상금과 영화배우 제프 브리지스의 사진 작품을 받았다. 이슬람 과격파들에 납치된 뒤 4년여간 베이루트에 감금돼 있던 아이리시 국수주의자와 영국 기자의 실화를 다룬 존 퍼스 감독의 <블라인드 플라이트>는 남우주연상(이안 하트)을 받았다. 미군의 이라크 죄수 학대가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지금, <블라인드 플라이트>는 영화의 배경이 10여년 전이었지만 현재와 비슷하게 느껴져 관객은 물론 평론가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이외에도 뉴욕시경의 과잉업무 수행으로 무고하게 사망한 젊은이들의 어머니들이 각종 사회활동을 펼치는 내용을 다룬 다큐멘터리 <모든 어머니들의 아들>(Every Mother’s Son)이 관객상을 수상했다.

한국영화로는 지난해 경쟁부문과 비경쟁 부문에 박찬옥 감독의 <질투는 나의 힘>과 박진표 감독의 <죽어도 좋아>가 초청된 반면, 올해는 비경쟁 부문인 미드나잇 쇼케이스 부문에 김지운 감독의 <장화, 홍련>만이 초청됐다. 미드나잇 쇼케이스는 커팅에지 장편영화와 다큐멘터리가 소개되는 섹션으로, <장화, 홍련>은 토요일과 목요일 오후 10시대, 또 다른 토요일 자정 등 총 3회에 걸쳐 상영돼 모두 매진되는 등 큰 호응을 얻었다.

독특한 작품들이 인기 끌어

이번 영화제에서 화제를 모았던 작품으로는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 정권이 물러난 뒤 10여명의 미국 여성들이 미용기술을 가르치기 위해 카불을 방문하는 내용을 담은 다큐멘터리 <뷰티 아카데미 오브 카불>이 있다. 이 작품에서는 탈레반 정권 아래에서도 집에서 몰래 미용업을 해오던 여성들이 그동안 겪었던 어려움을 이야기하면서도, 새로운 미용기술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 강한 인상을 남긴다.

또 현재 뉴욕에서 가장 눈길을 모으고 있는 극단 ‘래비린스 시어터 컴퍼니’ 단원들이 감독과 각본, 주연을 맡은 <제일베이트>(Jailbait)도 화제였다. 연극배우이자 작가인 스티븐 애들리 거기스와 마이클 피트가 출연하는 이 작품은 한 감방에서 생활하는 두 죄수의 관계를 잔인한 대화내용과 이야기 전개로 유명한 닐 라뷰트 감독을 대적할 만한 강렬함으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특히 이 작품에서는 현재 캘리포니아주에서 적용되고 있는 ‘3 스트라이크 아웃’을 비판하고 있다. 이 법안은 경범죄일 경우에도 3번 연속 체포될 경우 중범으로 처리돼 기물파손으로 기소될 경우에도 징역 50년을 받을 수 있다.

이외에도 현대문명의 혜택을 받지 못한 중국과 티베트 이야기를 그린 티엔주앙주앙 감독의 <델라무>와 뉴욕시 소방관들을 그린 <브라더후드>, 홀아버지가 두 아들을 키우는 과정을 그린 앤서니 라파글리아 주연 <윈터 솔스티스>, 에이즈의 초기 발병 과정을 조사한 <오리진 오브 에이즈>, 요리하는 것을 가장 좋아하는 천문학자를 그린 그리스영화 <터치 오브 스파이스>, 빌리 크리스털의 딸 린지 크리스털이 감독한 다큐멘터리 <나의 삼촌 번스> 등이 있다.

또 1회 때부터 마틴 스코시즈 감독이 기획하고 있는 ‘클래식 복원 필름 시리즈’에서는 <초대받지 않은 손님>으로 알려진 스탠리 크레이머 감독의 첫 작품 <이것이 뉴욕>(So This Is New York)이 소개됐다. 1948년에 제작된 이 작품은 1차 세계대전 직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라는 작은 마을에서 유산을 상속받은 한 부부가 처제에게 부자 신랑감을 찾아주려고 뉴욕시를 찾은 뒤 돈을 다 잃고 다시 고향에 돌아간다는 내용. 50여년 전 작품이지만 프리즈 프레임이나 슬로모션, 패스트컷 편집 등 코미디 효과를 위해 시도한 다양한 촬영기법이 눈길을 끌었다. 당시 이 작품은 뉴욕이 아닌 미국 중서부에서 첫 상영을 한 뒤 평단의 혹평으로 개봉조차 하지 못했다고 전해진다. 한편 이번 행사에서는 케이트 허드슨이 주연한 <레이징 헬렌>이 오프닝 작품으로 상영됐고, 〈X파일>로 유명한 데이비드 듀코브니의 감독 데뷔작 <하우스 오브 D>, 클레어 데인즈와 빌리 크루덥이 출연한 <스테이지 뷰티>, 짐 자무시 감독이 4년 만에 선보인 <커피와 담배>, 키라 세즈윅이 제작한 <케이브드웰러>, 올 가을 뉴욕대에 진학예정인 쌍둥이 아역배우 메리 케이트 올슨과 애슐리 올슨이 주연한 <뉴욕 미닛> 등 개봉을 앞둔 기성 감독과 배우들의 작품이 소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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