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뉴스]
[칸 2004] <올드 보이> 칸 수상…사실상 작품성 최고
2004-05-24
세계 영화 중심 속으로 `바짝`

칸영화제에서 <올드 보이>가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함으로써 한국영화는 세계 영화의 중심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됐다. 심사위원대상은 2002년 임권택 감독이 <취화선>으로 받은 감독상보다 한 단계 위에 있는 상이다. 또 경쟁작들의 수준이 예년보다 높았고,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화씨 9/11>이 영화적 완성도보다 부시 가문과 이라크전을 다뤘다는 소재의 민감함에서 주목을 받았던 점을 감안하면 작품성에서 <올드 보이>가 최고의 평가를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듯하다.

임권택 감독을 비롯해 <오아시스>의 이창동 감독이 2002년 베니스영화제에서, <사마리아>의 김기덕 감독이 올해 베를린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는 등 한국 영화는 세계 3대영화제 감독상을 고루 받았지만 박찬욱 감독은 그보다 높은 상을 받음으로써 국제영화제에서 한국 영화의 위상을 한 계단 더 높인 셈이다.

작가주의 영화보다 장르 영화에 가까운 <올드 보이>가, 작가주의 영화를 중시하는 칸에서 이 상을 받았다는 점도 눈에 띈다. 황금종려상 수상작 <화씨 9/11>도 예술성보다는 대중과의 소통을 중시한 시사 다큐멘타리이다. 이는 칸영화제가 올해부터 방향 선회의 의지를 드러내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티어리 프레모 집행위원장은 영화제 개막 전 “대중과의 교감을 중시하겠다”는 말을 해왔다.

아울러 칸에서 수상한 대다수 아시아 영화가 서구인의 ‘동양적 신비주의’적 시선에 부합하는 면이 있었던 데 반해 <올드 보이>는 그런 측면이 전혀 없다는 점도 이번 수상을 더 의미있게 만든다.

<올드 보이>는 칸에서 상업적인 측면에서도 화제를 모았다. 현지 언론들은 박찬욱 감독을 “상업적으로 성공한 작가”로 소개했으며 많은 이들이 <올드 보이>의 제작예산과 한국에서의 흥행규모에 예민한 관심을 보였다. 이미 일본에 220만 달러에 수출된 <올드 보이>는 칸영화제 기간에 열리는 칸 마켓에서 이탈리아 수출 계약을 맺었고, 스페인·러시아는 물론 터어키·유고 연방 등 한국 영화 진출이 미진했던 나라들과도 계약에 급진전을 보였다.

미국의 메이저 영화사 유니버셜 픽쳐스는 이 영화의 리메이크 판권을 사들여 현재 브래드 피트, 조니 뎁 등 톱스타를 주인공 물망에 두고 제작을 준비중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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