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니콜 키드먼 주연의 <스텝포드 와이프>뉴욕시사기
2004-06-08
글 : 김은형 (한겨레 esc 팀장)
난 천상의 요정이 아니에요

천상에서 구름을 밟고 산다고 해도 믿어버릴 것만 같은 미모의 여배우 니콜 키드먼(37)이 번잡하기로 둘째 가라면 서러울 지상의 대도시, 뉴욕으로 ‘내려’왔다. 지난 2일 저녁(현지 시각) 뉴욕에서 시사회가 열린 <스텝포드 와이프>(감독 프랭크 오즈)에서 키드먼은 잘 나가는 뉴요커 커리어 우먼으로 등장한다.

전직 방송사 간부가 이사간 조용한 마을서 벌어지는 얘기

부드러운 금발머리를 길게 나리던 전작들과 달리 검게 염색한 짧은 커트머리 차림으로 변신한 키드먼은 방송사의 야심만만한 고위간부 조안나 역으로 분했다. 자신이 제작했던 프로그램이 문제가 돼 회사에서 잘리고 난 뒤 가정을 되찾으려는 남편(매튜 브로데릭)의 권유로 스텝포드라는 조용한 마을에 이사온 그는 동화 속에서 뛰쳐나온 것같은 집들과 사람들의 어색한 행동에 의문을 느끼고 이 마을이 가진 어마어마한 비밀을 파헤치게 된다.

시사회 다음날 센트럴파크 옆의 한 호텔 기자회견장에 감독, 동료배우들과 함께 나타난 키드먼은 예의 금발머리와 하늘하늘한 드레스를 나부끼면서 우아한 걸음거리로 좌중을 압도했다. 그러나 기자화견 도중 거리낌없이 깔깔 웃거나 기자들의 질문에 소탈하게 대답을 하면서 자신이 천상의 뮤즈가 아니라 지상에 땅을 딛고 선 사람이라는 걸 새삼 확인시켜줬다.

“일도 중요하지만 재미있게 살기 위해 노력해요. 더 잘했으면 하는 바람은 있지만 요리는 무척 좋아해요. 바느질같은 건 잘 못하고, 아, 크리스마스 선물 포장도 잘 하는 것중 하나죠” 왠지 거짓말같이 느껴지기는 했지만 그는 인터뷰 내내 생활인 키드먼으로서의 모습을 강조했다. 톰 크루즈와 이혼한 뒤 입양한 두 아이들과 생활해온 그는 “좋은 남자를 만나고 싶다”는 솔직한 감정을 토로하면서도 “연기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바쁘기 때문에 사람을 만날 시간이 없다”며 애교섞인 엄살을 부리기도 했다.

<스텝포드 와이프>는 드물게 키드먼이 생활인으로 등장한 영화이면서 또한 코미디에 도전한 영화다. 글렌 클로스, 배트 미들러 등 쟁쟁한 중견배우들의 보조에 맞춰 무난하게 영화의 호흡을 이끌어간 키드먼은 같은 테이블에 앉은 두 배우들에게 마치 여동생처럼 친근하게 귀엣말을 나누기도 했다.

사람 만날 시간 없어 좋은 남자 만나고 싶다

“좋은 배우들과 함께 일하는 건 굉장한 축복”이라고 동료들에게 헌사한 그는 영화들에서 보여지는 이미지처럼 “완벽주의자가 아니며 완벽하고 싶지도 않다”고 말했다. 그는 촬영 때문에 전세계를 돌아다녀야 하는 엄마로 아이를 키우는 힘겨움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평소 인터뷰에서 가정에 대한 이야기는 철저히 함구했던 그가 이런 이야기를 공개석상에 꺼낸 건 매우 예외적인 일이다.

“바빠서 아이들을 돌볼 시간이 많지는 않지만 디브이디같은 걸 볼 때 등급같은 것도 꼭 신경을 써서 보여주려고 해요. 한번은 아이들과 어떤 행사에 갔는데 미성년자 관람불가의 영상이 나와서 아이들한테 눈감으라고 소리를 빽 지른 적도 있죠.(웃음)”

“내가 시키는 대로 해. 난 엄마니까”

엄마의 유명세 때문에 아이들까지 고생시키고 싶지 않아 좀처럼 공식행사에 데리고 나오지 않는다는 그는 이런 점에 불만을 가진 두 아이에게 “너희들이 커서 하고 싶은 게 생길 때까지는 내가 시키는 대로 해. 난 엄마니까”라고 말하는, 평범한 엄마로 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11일 개봉하는 <스텝포드 와이프>는 올 가을 국내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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