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 어쌔신>이 궁극적으로 고발하는 범죄는, 이윤을 위해서는 인간의 기능뿐 아니라 영혼까지 착취해 마땅한다는 사고방식을 가진 조직이다. 케빈은 아무것도 모르는 도구에 불과했으나 딱 한 가지, 바른 질문을 던지는 법만은 잊지 않았기에 영혼을 건진다. 그러나 이 깊은 교훈에 당도하기까지 영화의 플롯은 쏟아진 스파게티처럼 엉킨다. 게다가 추리의 매듭 거의 절반을 설명조의 대사로 푸는 바람에 내러티브가 복잡하되 평면적인 기묘한 양상을 보인다.
그러나 이 부류의 영화에서 관객의 진지한 관심은 볼 만한 액션이 얼마나 매복하고 있는가에 모아질 것이다. 총격을 액션의 주메뉴로 삼는 네덜란드영화 <소울 어쌔신>은 국적을 새기듯 로테르담의 좁다란 골목, 운하, 노천카페를 자전거로 헤집고 심지어 풍차를 클라이맥스 접전의 무대로 택하기도 하지만, 소재 이상을 취하지는 못한다. 엄격히 말해 이 영화에서 폭발하는 것은 액션이 아니라 촬영과 편집이다. 뮤직비디오 이력을 공표하고 싶은 것처럼 보이는 로렌스 멀킨 감독은 시종 카페인을 과용한 스타일을 고집하다가 극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사소한 대목에서 고속/저속 촬영을 구사해 관객을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그래도 성에 차지 않은 듯 가세하는 강렬한 음악은, 액션의 반주라기보다 인근 클럽에서 흘러든 댄스뮤직처럼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