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복수의 끝에 이르러 적의 실체를 깨닫는 남자의 모험담, <소울 어쌔신>
2004-06-08
글 : 김혜리
복수의 끝에 이르러서야 적의 실체를 깨닫는 남자의 모험담

<소울 어쌔신>은 생소한 직종 하나를 우리에게 소개한다. 케빈(스킷 울리히)은 “법질서라고는 존재하지 않는” 국가에 지사들을 갖고 있기에 고객과 사원의 안전을 자체 인력으로 보호하는 다국적 금융회사 요겐슨의 보안요원이다. 생부를 잃은 케빈을 거두어 양육한 사장은 그를 아들처럼 여기는데, 덕분에 사장의 친아들은 그를 원수로 여긴다. 승진한 케빈은 요겐슨사의 직원인 애인에게 청혼을 준비하지만, 룸서비스 대신 들이닥친 킬러는 연인의 심장과 케빈의 미래를 부숴놓는다. 범죄 현장에 출동한 인터폴은 살인이 돈세탁과 연루되어 있음을 내비치고 진실을 추적하는 케빈 앞에 드러나는 사실들은 속속 새로운 용의자를 지목한다.

<소울 어쌔신>이 궁극적으로 고발하는 범죄는, 이윤을 위해서는 인간의 기능뿐 아니라 영혼까지 착취해 마땅한다는 사고방식을 가진 조직이다. 케빈은 아무것도 모르는 도구에 불과했으나 딱 한 가지, 바른 질문을 던지는 법만은 잊지 않았기에 영혼을 건진다. 그러나 이 깊은 교훈에 당도하기까지 영화의 플롯은 쏟아진 스파게티처럼 엉킨다. 게다가 추리의 매듭 거의 절반을 설명조의 대사로 푸는 바람에 내러티브가 복잡하되 평면적인 기묘한 양상을 보인다.

그러나 이 부류의 영화에서 관객의 진지한 관심은 볼 만한 액션이 얼마나 매복하고 있는가에 모아질 것이다. 총격을 액션의 주메뉴로 삼는 네덜란드영화 <소울 어쌔신>은 국적을 새기듯 로테르담의 좁다란 골목, 운하, 노천카페를 자전거로 헤집고 심지어 풍차를 클라이맥스 접전의 무대로 택하기도 하지만, 소재 이상을 취하지는 못한다. 엄격히 말해 이 영화에서 폭발하는 것은 액션이 아니라 촬영과 편집이다. 뮤직비디오 이력을 공표하고 싶은 것처럼 보이는 로렌스 멀킨 감독은 시종 카페인을 과용한 스타일을 고집하다가 극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사소한 대목에서 고속/저속 촬영을 구사해 관객을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그래도 성에 차지 않은 듯 가세하는 강렬한 음악은, 액션의 반주라기보다 인근 클럽에서 흘러든 댄스뮤직처럼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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