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에서 날아온 촌스런 액션영화 <옹박>은, 보고 나면 숨이 차거나 몸이 근질근질해지는 영화다. 대역과 보조 장비와 특수효과를 거절한 주연 토니 쟈는 아마도, 지구상에서 가장 높이 날아올라 가장 강하게 내려칠 수 있는 인간일 것이다. 이 영화를 보면 그렇게 믿고 싶어진다. 그리고 그처럼 날아서 그처럼 가격하고 싶어진다. 액션영화 애호가라면 이 영화를 거절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시골마을 농프라두에서 수호신으로 경배되던 불상 옹박의 머리를 이 마을 출신 도굴꾼이 훔쳐가자, 노승으로부터 전통무예 무에타이를 전수받은 팅(토니 쟈)은 옹박을 되찾기 위해 방콕으로 와 도굴꾼이 속한 마피아 집단을 섬멸하고 옹박을 되찾는다. <옹박>은 이야기를 단순화하는 대신 영화는 고탄력 용수철을 내장한 피버노바 같은 토니 쟈의 육체적 능력을 전시하는 데 전념한다.
8살부터 무에타이를 배웠다는 이 수줍은 표정의 청년은 어떤 영화에서도 만나지 못한 무예의 신천지를 펼친다. 두 팔꿈치와 두 무릎을 더함으로써 몸 전체가 흉기가 된 이 청년이 몸을 날릴 때 어떤 시점에 어떤 가격이 이뤄질지 예상하기란 불가능하다. “무에타이, 엿먹어”라고 말하던 격투기장의 거인 미국인 복서는 언제 맞은 지도 모르고 졸도해버린다. 얄팍한 발놀림으로 팅을 현혹하려던 일본인 무인 도치라 역시 팔꿈치와 무릎 협공 한방에 뻗는다. 여기에 타이형 택시 투투를 이용한 차 추적 시퀀스를 가미되면서 달리는 차 밑을 맨몸으로 관통하는 위험천만한 묘기까지 감행한다.
마침내 마피아 두목을 제압하는 동굴 안 대결 장면에선 믿기 힘든 회전 권법의 파노라마가 기다린다. 연속 돌려차기, 엇갈려 돌려차기, 2회전 돌려차기, 수직 돌려차기, 팔꿈치 돌려치기, 여기에 화려한 봉술이 덤이다. 무엇보다 그는 장대 없이도 ‘인간 새’ 부브카처럼 사뿐히 날아올라 허공을 활보하다 먹이를 발견한 독수리의 형상으로 무섭게 활강한다. 그 동선은 그저 아름답다. 액션영화가 줄 수 있는 1차적인 쾌락과 충동이 기준이라면 이 이상의 영화를 상상하기 힘들다.
이뿐이라면 이런 지면에서 거품 물고 추켜세울 영화는 아닐 것이다. <옹박>은 ‘온전히’ 타이 액션영화다. <옹박>의 이야기는 단순하고 캐릭터는 밋밋하지만 시각적으로는 아주 풍부하며 섬세하다. <옹박>은 지역 장르영화가 민속적 도상을 성공적으로 자신의 도상학으로 변환함으로써, 독자적 양식화에 성공한 사례다. 여기엔 이소룡과 성룡과 할리우드의 흔적이 있지만, 그들은 모두 타이 액션의 양식 안으로 편입된다.
한국 액션영화에는 대개 민속적 도상이 없거나 왜소하다. 도상들은 오래전에 아마도 머리가 잘려 사라졌거나 모두 박물관으로 가버렸는지 모른다. 한국의 액션영화와 그 주인공들은 공동체를 잊은 것처럼 무국적 기표 위를 홀로 떠돌거나 <무사>처럼 중국 무협의 도상을 차용한다. 한국 액션의 한 경향인 공동체 영웅의 부재는 개인과 공동체를 매개하는 민속적 도상의 부재와 연관돼 있다. 액션영화광인 류승완 감독이 <아라한 장풍 대작전>에서 판타지를 통해 비로소 민속적 도상을 접합시킬 때, 그것은 깊은 곤경의 산물처럼 느껴진다. <옹박>은 한국 액션의 양식화의 어려움을 반영하는 거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