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에 가자!” 일본의 제작, 배급, 극장 등 영화업계가 이례적인 공동캠페인에 들어갔다. 전국흥행생활위생동업조합연합회, 일본영화제작자연맹, 모션픽처어소시에이션(MPA), 외국영화수입배급협회 등 4개 단체가 지난 6월8일 기자회견을 열고 50대 관객층에 대한 획기적인 가격 서비스를 통해 “연간 관객 수를 2억명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50대 부부할인’을 내걸고 “극장에서 데이트를”이라는 ‘새로운 생활 제안’까지 하고 있다는 점에서 재미있는 캠페인이다.
사실 최근 몇년 멀티플렉스들이 속속 등장하곤 있지만, 여전히 일본의 극장은 낡은 곳이 많고 ‘자유석’ 제도가 대부분이라 앉아서 영화를 보기 위해 1시간씩은 줄서기가 일쑤다. 이런 불편에 비해 가격은 비싸다. 미국 등 서구가 비싸야 10달러 전후인 데 비해 일본의 당일 어른표의 정가는 1800엔(1만9800원)이다. 영화가 개봉하기 전 예매하면 1300엔 정도이고 좌석이 지정된 표는 보통 2천엔이 훨씬 넘는다.
‘극장의 황금기’이던 1950년대 말, 일본의 1년 극장 총관객 수는 10억명 정도에 달했다. 이후 급락한 숫자는 지난 92년 1억2천만명으로 바닥을 친 뒤 지난해 <춤추는 대수사선2>의 대히트 덕분에 1억6천만여명으로 올라선 상태다. 국민 1명이 1년에 1편 조금 넘게 보는 셈이다. 서구에 비해선 1/3 정도이며, 인구가 일본의 1/3을 조금 넘는 한국의 1년 총관객 수가 2002년 기준으로 1억명을 돌파했던 것과 비교해도 엄청 낮은 수준이다.
이번 캠페인의 핵심인 ‘50대 이상 부부 50% 할인’은 말 그대로 50살 이상의 부부가 함께 극장에 올 경우 둘을 합쳐 2천엔에 입장시킨다는 것이다. 50대 이상의 영화 감상 횟수가 크게 적다는 조사결과에 따른 결정이다. 이미 매주 수요일에 여성들의 영화표가 1천엔인 ‘레이디스 데이’, 60살 이상 노인 할인, 매달 1일 ‘영화의 날’ 등 각종 할인이 대부분의 극장에서 자리잡힌 상태. 여기에 새로운 할인이 더해지는 셈이라 당장 이익은 감소하겠지만 “전체 관객 숫자가 늘어난다면 일본도 자국영화에 큰 예산을 들이는 시스템이 가능할 것”이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