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내 야만적인 여자친구>(我的野蠻女友)라는 제목으로 소개되어 전 중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엽기적인 그녀>의 곽재용 감독의 신작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이하 <여친소>)가 지난 6월5일 베이징을 시작으로 전국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그동안 중국 관객이 멜로영화에서 익숙하게 보아온 ‘부드럽고 순한’ 여성 캐릭터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리게 하고 수많은 중국 젊은이들에게 ‘야만’도 사랑의 한 표현수단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을 강하게 심어놓은 <엽기적인 그녀>는 이제 중국에서 한국영화를 논할 때 빠짐없이 등장하는 한국영화의 대표작으로 자리잡았다. <엽기적인 그녀>가 일으킨 ‘야만’ 열풍은 중국에서 <나의 야만적인 남자친구> 등의 아류작들을 쏟아지게 했고, 이번 <여친소> 또한 ‘야만’ 캐릭터에 특히 열광했던 중국 관객을 의식한 탓인지 <야만적인 여자 선배>(野蠻師姐)라는 제목으로 개봉했다. 공식적으로는 <클래식>에 이어 두 번째로 중국 관객을 만나는 곽재용 감독은 두 작품을 연이어 중국 극장에 개봉시킨 최초의 한국 영화감독이 되었다.
6월5일 저녁, 곽재용 감독과 주연배우인 전지현, 장혁 등이 참석한 가운데 동방신세기극장에서 진행된 관객과의 만남 행사는 귀를 찌르는 팬들의 환호성으로 가득 찼다. <엽기적인 그녀>뿐 아니라 음료수, 카메라, 휴대폰 등의 광고 모델로도 중국 관객과 친숙한 전지현은 전혀 ‘야만’스럽지 않은 모습으로 이날 행사에 참석해 중국팬들에게 다른 매력을 과시했다. 베이징 행사 뒤 상하이국제영화제 행사와 기자회견 등으로 두 배우와 바쁜 일정을 보낸 곽재용 감독은 기자들의 <엽기적인 그녀>와의 연관성을 묻는 반복되는 질문에 “<여친소>는 <엽기적인 그녀>와 무관한 영화이고, 단지 자매편일 뿐이다”라고 답하고, 전지현과 함께 “옛 상하이에서 살았던 한국인의 이야기를 영화로 찍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홍콩에서 첫날 61만홍콩달러의 흥행 성적을 기록하며 58만3천홍콩달러로 <조폭마누라>가 세운 한국영화 첫 날 흥행기록을 경신한 <여친소>는 할리우드의 여름 대작들에 밀려 베이징에서는 안타깝게도 개봉관 수를 줄여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