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두야 간다>는 집 안팎에서 실패한 인생살이를 경험하는 동화의 주사와 호텔을 전전하며 불안정하게 사는 만철의 한숨을 통해 두 인물이 서로의 삶에 혹할 수밖에 없던 이유를 그럴듯하게 보여준다. 그러나 이러한 인생 재건축 공사는 층을 올리는 과정에서 허술해지고 만다. 사람을 한순간 때깔나게 만들어주는 재력이나 아들 앞에서 자신을 망신줬던 동네가게 주인에게 보란 듯 복수할 정도의 주먹질을 맛본 것으로 동화가 조폭 세계의 규칙을 다 익혔다고 말할 수 있을까. 단란한 가정을 얻고 싶은 만철의 소박한 꿈에 엮인 로맨스는 황급히 마무리되는 듯하고, 어릴 때부터 일기를 써온 ‘끼’만으로 소설가가 된다는 대목도 매끄럽지는 않다. 이런 빈틈을 대신한 장치가 라이벌 양수(임세호)네파와 만철파의 대결구도다. 한국영화에서 으레 희화화되는 조폭의 모습을 고스란히 가져온 이 캐릭터는, 동화와 만철의 삶이 달라지게 되는 결정적 계기를 제공해야 할 본연의 임무와 유머를 곳곳에 뿌려야 할 부차적 임무를 동시에 감내하느라 분주하다.
결국 이 영화는 제2의 인생을 꿈꾸던 이들의 고민과 갈등의 드라마보다 익숙한 코미디영화로서의 변주를 더 크게 울린다. 믿음직스러운 건 배우들이다. 어리버리한 촌놈이 조폭 주목의 지지를 입어 멋모르고 까불대는 모습을 정준호는 안정감 있게 보여주고, 주먹질로 사는 인생 한구석의 허전함을 드러내는 점잖은 조폭 두목으로서 손창민의 연기는 무게감을 준다. 아내의 바가지밖에 들을 게 없는 집으로 터덜터덜 걸어올라가던 가장의 뒷모습, 피비린내 나는 일상에서 벗어나 소파 위의 낮잠을 즐기던 남자의 소박한 몸짓에 좀더 눈길을 주었더라면 <나두야 간다>는 훨씬 설득력 있는 ‘왕자와 거지’의 우화를 들려줄 수도 있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