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여기서도 벌레들과 인간의 전쟁은 계속된다. 그중에서도 <스타쉽 트루퍼스2>는 전투에서 살아남은 소수의 생존자들이 자그마한 기지에 갇혀 구출될 때까지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전작에서 가져온 예의 그 ‘배달의 기수’식 패러디는 여전하다. 그런데 이 후속편에 번듯하게 첨가된 프로파간다 풍자는 좀 의아하다. 전작에 대해서는 여러 반론들이 있을 수 있겠으나, 폴 버호벤 특유의 살짝 배배 꼬인 유머들은 나름대로 싱거운 재미가 있었다. 하지만 그 뉘앙스가 거세된 저자본의 비디오용 후속편이 그걸 따라하려 하니 유머는 사라지고 그 허세만 뜬금없다. 특수효과도 싱겁긴 마찬가지다. 대자본을 투여한 전작에서, 폴 버호벤은 그늘 하나없는 사막에다 수만 마리의 벌레들과의 전투장면을 던져놓는 대담한 시도를 했다. <스타쉽 트루퍼스2>에서 그런 스펙터클을 기대하는 것은 애초에 무리다. 모래폭풍이 몰아치는 껌껌한 행성, 조명도 제대로 없는 기지건물이 주요 무대이기 때문이다. 조악하게 만들어진 캐릭터들과 내러티브는 둘째치고라도 조명을 어둡게 하고 파란, 노란 필터를 갈아끼우며 저예산 특수효과를 가리려는 노력은 눈물겹다. 전작과 <헌팅> 등을 작업한 특수효과 전문가 출신 감독 필 티페트의 고민이 여실히 보이는 부분이다.
물론 대개의 B급영화들처럼 <스타쉽 트루퍼스2>에도 낄낄대고 즐길 만한 부분은 있다. <스타쉽 트루퍼스>의 속편처럼 시작한 영화는, 벌레들이 인체를 강탈해서 조종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존 카펜터의 <괴물>이 된다. 흉내내는 것이 아니라 이정도면 성의없는 짜깁기인데 그나마 이 베껴낸 부분들이 가장 흥미롭다. 게다가 남자를 홀려서 벌레를 입에 쑤셔넣는 요부 역할은 <토비 후퍼의 뱀파이어>의 즐길 만한 패러디기도 하고. 아무리 벌레에게 몸이 빼앗긴 인간이기는 해도 식칼에 목이 설겅설겅 썰리는 등 의외의 고어장면들도 있다. <스타쉽 트루퍼스>의 설정과 이름만 빌려오지 않았어도 꽤 막나가는 짜깁기 영화로 흥미를 끌었을 텐데. 이 영화는 단관 개봉하고 바로 동네 비디오 가게로 직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