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
<투모로우> 한국 출신 테크니컬 디렉터 박재욱
2004-06-24
글 : 김수경
사진 : 정진환
컴퓨터 키드, 할리우드를 얼리다

<투모로우>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택하자면 다시 빙하기가 찾아와서 뉴욕을 아이스박스로 만드는 대목이다. 날아가던 헬리콥터가 얼어붙어 추락하는 장관을 만들어낸 주인공은 특수효과 스탭(테크니컬 디렉터) 박재욱(31)이다.

그는 올해 <헬보이>와 <투모로우>를 동시에 작업하고 두 작품에서 모두 이제까지 시도되지 않은 레벨의 특수효과를 구현했다. 박재욱은 대학 진학 때만 해도 취업 전망과 부모님의 뜻에 따라 재료공학과를 택했다. 그러나 어렸을 때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한 그에게 주어진 “선물로 받은 퍼스널 컴퓨터 한대가 인생을 바꿔”놓았다. 3D애니메이션과 컴퓨터그래픽에 몰두하기 시작하면서 학교공부는 뒷전이었고, 그러한 노력으로 문화관광부가 주최한 컴퓨터그래픽 경진대회에서 3D애니메이션으로 최고상을 수상하기에 이른다. 당시 금상 없는 공동 은상을 같이 받았던 인물은 다름 아닌 <마리 이야기>의 이성강 감독이다.

수상을 통해 부모님께 신뢰를 얻고, 결단을 내린 그는 샌프란시스코 아메리칸아트대학에 유학했다. 때마침 IMF가 터지고, 한명이 살 만한 아파트에서 7명이 함께 생활하는 <투모로우>에 나올 법한 궁핍한 상황으로 미국 유학 생활은 치닫는다. 당시 박재욱과 그의 친구들은 “밥만 사주면 파이널까지 다 만들어주는 아이들”로 주위에 알려지기 시작한다. 그때 마지막까지 함께 남았던 다른 두 친구는 현재 소니이미지웍스와 <반지의 제왕>으로 잘 알려진 웨타 디지털에서 일하고 있다. 그가 말하는 할리우드 특수효과 파트의 최대 강점은 스탭들이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유연하고 수평적인 조직”이다. 특수효과 파트는 분야와 장면의 특성에 따라 누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느냐가 매번 달라지기 때문에 한 작품 내에서도 스탭들의 역할 이동과 분담이 잦다. 대작영화는 여러 회사가 참여하여 각자가 맡은 부분을 진행하는 방식도 다른 파트와 다르다. <투모로우>도 하이드럭스, 디지털 도메인, ILM, 오퍼니지 등 4개사가 참여했다.

한국영화의 취약 장르로 분류되는 SF의 상황과 전망에 대해 그는, “1,2000억원의 영화에서 100억원을 투입하는 것과 200억원에서 100억원을 특수효과에 투자하는 건 리스크가 다르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걸 효과적으로 매니지먼트하고 특수효과 파트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며 제작시스템에 대해 충고했다. <원더풀 데이즈>와 관련해서는 “오퍼니지의 동료들이 예고편을 보고 비주얼을 매우 칭찬”했다며 애니메이션이나 SF의 경우에도 전문 시나리오 작가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향후 한국에서 일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비주얼쇼크’라는 오래된 모임을 통해 특수효과, 시나리오,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파트에서 일하는 국내외 친구들이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고 있으며 꽤 오랜 시간이 지나고 상황이 무르익으면 자신들의 회사를 설립할 미래도 꿈꾸고 있다고 밝혔다. 박재욱이 이제까지 참여한 작품은 <스파이 키드> <미녀 삼총사>를 포함하여 9편이다. ILM 출신들이 만든 회사로 ‘고아원’이라는 뜻의 유머러스한 명칭의 오퍼니지는 그가 일한 3년 동안 24명의 직원이 150∼160명의 직원으로 늘어날 정도로 급성장하는 중이다. 조만간 할리우드영화의 크레딧에서 최초의 한국인 출신 VFX 슈퍼바이저(특수효과 분야의 총책임자)를 발견할 날이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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