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삐딱한’ 얼터너티브 록, <슈렉2> O.S.T
2004-06-24
글 : 성기완 (대중음악평론가)

첫 번째 <슈렉>은 <미녀와 야수> 내러티브의 유쾌한 뒤집기였다. 결국은 ‘미녀-왕자’의 커플이 아니라 ‘야수-살찐 여자’ 커플이 탄생했던 것이다. 나는 이 뒤집기를 일종의 안티-다이어트 애티튜드로 바라본 적이 있다. 디즈니의 만화 이데올로기에 대한 ‘얼터너티브’를 표방한 드림웍스사의 작품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어쩌면 당연한 테마설정이었다.

두 번째 <슈렉> 역시 이러한 태도의 연장선상에 있다. 외모지상주의, 명품만능주의, 속물적 물질주의를 상징하는 베벌리힐스의 삶을 연상시키는 다양한 장면들을 통해 미국 자본주의에 대한(다시 말해 자기 자신에 대한) 흥미로운 비판의식을 보여준다. 칸이 <슈렉2>를 평가해준 부분도 아마 이런 것과 관련이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결국은 <슈렉2> 역시 호화로운 돈잔치의 일부라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사상 최대의 개봉관을 통해 많은 돈을 벌었고 펩시 등의 회사와 제휴하여 부수입도 짭짤하게 올렸다. 물질주의에 대한 비판의식의 대중적 설득력을 확인하는 유일한 길이 또 물질적 척도라는 점이 미국 얼터너티브 컬처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다.

첫 번째나 두 번째 마찬가지로 <슈렉2>의 음악에서 특징적인 대목은 ‘얼터너티브 록’을 패밀리 관객층을 상대로 하는 애니메이션에서 중심축으로 사용했다는 점이었다. 이 역시 디즈니 만화와 거리를 두고자 하는 <슈렉> 제작진들의 야심을 반영한다. 디즈니는 누가 듣더라도 건전한 음악, 평균적이고 팝적인 음악을 선곡한다. 이러한 건전성은 거꾸로 그것을 건전한 것으로 받아들이도록 하는 보수적 이념의 반영이다. 반면 드림웍스는 약간은 ‘삐딱한’ 코드와 걸맞은 얼터너티브 록을 채택한다. 이것은 두 갈래의 의미를 지닌다. 첫째로는 아이들의 정서를 무조건 보수적인 팝과 연결시켜놓고 안심하려는 어른들의 태도에 대한 저항이다. 둘째로는 ‘삐딱한’ 코드와 연결된 것으로 여겨져왔던 얼터너티브 록이 이제는 미국 팝의 중심에 있다는 사실의 방증이다. 더이상 얼터너티브 록이 ‘삐딱한’ 음악이 아니라 아이들의 놀이를 위해 안심해놓고 틀어놓을 수 있는 음악이라는 뜻도 된다. 어쩌면 ‘삐딱한’ 태도 자체가 미국 아이들에게는 너무 일상적인 것인지도 모른다. 농담, 비꼬기, 독설, 무익한 말장난, 같은 것이 미국에서는 삶의 기본인가보다.

첫 번째와 마찬가지로 두 번째의 <슈렉>에서도 훌륭한 록가수들의 음악이 O.S.T에 선곡되어 있다. 90년대 초만 해도 어른들 중에서도 조금 한다는 어른들만 듣던 음악이 이젠 아이들 만화영화 O.S.T를 채우고 있다. 카운팅 크로즈의 노래 〈Accidently in Love>의 트랙이 포문을 연다. 1990년대에 〈Round Here>라는 가슴 저미는 노래로 일약 음악팬들의 가슴에 남은 루츠록 계통의 밴드이다. 데이비드 보위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트랙은 그와 ‘버터플라이 버셔’가 함께한 세 번째 트랙. 언제나처럼 창백한 듯한 분위기에 특유의 예민한 사운드를 선사하는 일즈의 노래 〈I need some Sleep>도 들을 만하다. 심지어 톰 웨이츠의 트랙도 있다. 또 닉 케이브의 노래도 들을 수 있다. 이런 노래들이 뒤죽박죽 섞여 있어 재미있기도 하고 약간 짜증나기도 하는 것이 드림웍스의 지금 모습을 반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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