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낙담한 인생에도 봄은 온다, <꽃피는 봄이 오면> 촬영현장
2004-06-28
글 : 김현정 (객원기자)
사진 : 손홍주 (사진팀 선임기자)

관악기를 든 아이들은 30도 가까운 더운 날씨에도 두꺼운 스웨터를 껴입고 복도를 몰려다니고 있었다. 한여름에 촬영을 하고 있는 <꽃피는 봄이 오면>은 늦가을 낙담에서 시작해 꽃피는 봄 조그만 희망으로 끝나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역시 목덜미를 덮는 터틀넥 스웨터를 입은 최민식은 이 영화에서 오케스트라 단원 자리 하나 없어 오래된 애인까지 떠나보내는 트럼펫 주자 현우로 출연한다. 신인인 류장하 감독은 현우에게 모든 관심을 쏟는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최민식을 떠올리며 썼다고 말했다. 촬영이 어느 정도 진행된 지금 그는 “허진호 감독의 조감독 생활을 하다보니 콘티도 안 그리는 습관만 배웠다. 하지만 최민식이 바로 현우니까, 그가 현우를 더 잘 알고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모든 걸 맡긴다”고 말했다.

탄광촌인 강원도 도계에서 대부분을 촬영하고 있는 <꽃피는 봄이 오면>은 현우가 혼자 서울을 떠나 시골중학교 관악반 교사로 자원하는 이야기다. 그는 애인 연희(김호정)를 붙잡지 못하고, 새로운 설렘으로 다가오는 수연(장신영)을 받아들이지도 못한다. 그러나 흔들리고 꺾이면서도 씩씩한 아이들은 현우를 조금씩 바꿔놓기 시작한다. “군대 휴가 끝나고 귀대하는 기분”으로 칸영화제에서 돌아온 최민식은 “한겨울 따뜻한 아랫목 같은” 이 영화와 함께 관악반으로 출연하는 아이들을 유독 아꼈다. 몇몇 알려진 아역배우들을 제외하면, 아이들은 진짜 도계중학교 관악반 아이들이다. J. J. 리처드의 <Emblem of Unity>를 연습하는 장면을 찍으면서 교실과 모니터 사이를 왔다갔다하던 최민식은 줄곧 “우리 애들”이라 부르면서 아이들의 맑고 깨끗한 심성을 강조했다. <마리 이야기>의 씨즈엔터테인먼트가 두 번째로 제작하는 <꽃피는 봄이 오면>은 올해 추석에 개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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