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의 귀재로 불리는 프러듀서 제리 브룩하이머가 올 여름에 내놓는 사극 블록버스터 <킹 아더>(안톤 후쿠아 감독)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아더왕보다 왕비 귀네비어이다. 지난 22일(현지 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첫 시사회를 연 이 영화는 5세기, 아더왕이 ‘원탁의 기사’로 알려진 러시아 사마시안 기병들, 그리고 브리튼의 원주민인 우즈족과 함께 브리튼 지역(현재의 영국)을 침략한 색슨족과 처절한 전투를 벌이는 얘기다. 로맨티시즘보다 군웅할거의 정치적 상황을 중시하는 이 영화에서 귀네비어는 더 이상 랜슬롯과 아더 사이에서 고민하는 가련한 귀부인이 아니다. 그는 잔혹한 색슨족에 맞서 싸우는 영웅적인 여전사이자 동시에 전설적인 왕 아더의 ‘배후조종자’다. 단순히 왕의 부인으로 ‘간택’되는 게 아니라 모계사회인 우즈족의 리더로 아더왕과 군사적 혈맹을 맺고 협력한다. 영화 말미에서 귀네비어는 아더와 결혼하면서 부족의 역사를 새로 쓴다. 이것이 <킹 아더>가 해석하는 영국의 건국인 셈이다.
“가련한 귀부인 거부한 당당한 부족리더 인상적”시사회 다음날 만난 귀네비어 역의 배우 키라 나이틀리(19)는 우아한 외모와 여전사의 활력을 동시에 지닌 배우였다. 그는 첫마디부터 ‘전사 귀네비어’를 열렬히 옹호했다. “귀네비어는 게릴라 지도자로서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그 시절 우즈는 모계사회였다. 여자가 지도자였기 때문에 강인해질 수밖에 없었다. 여자는 남자와 똑같은 전사로 싸웠다.” 키라 나이틀리는 눈매가 깊었다. 질문자의 눈을 오래 마주보며 진지하게 답변하는 모습은 아더를 집요하게 설득하는 귀네비어의 눈빛을 연상케 했다. <슈팅 라이크 베컴> <캐리비안의 해적: 블랙펄의 저주> 등 이제까지의 필모그래피 속에서 자신의 역할이 공통적으로 강인한 여성상을 보여주는 것에 대해서도 딱 부러진 견해를 갖고 있었다. “강한 여성의 이미지로 남을 것이라고 걱정하지 않는다. 여성을 강인하게 묘사하는 것이 요즘 영화계의 추세인데 이런 경향은 절대 나쁜 것이 아니다.”
나이틀리는 “남자들과 싸우는 스펙터클한 마지막 전투신을 위해 5개월간 복싱, 궁술, 검술 등을 연마했다”며 의외로 “헬스클럽에서 혼자 운동하는 것은 좋아하지 않는다”고 파안대소하기도 했다. 연극인 부모 밑에서 태어난 그는 영화판에 뛰어들어 이제까지 <스타워즈 에피소드1> <더 홀> <슈팅 라이크 베컴> <캐리비안의 해적: 블랙펄의 저주> 등의 영화를 찍었다. 지난해 말에는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선정한 새해의 ‘떠오르는 별’로 선정됐다. 돌도끼와 활로 중무장한 여전사 귀네비어가 등장하는 <킹 아더>는 7월23일 국내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