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 맨은 뭐랄까, 생계형 슈퍼히어로다. 흥행 도달불능점으로 여겨졌던 개봉 주말수입 1억달러를 보란 듯이 돌파한 1편부터, 스파이더 맨은 그 모양이었다. 피터 파커가 초능력을 최초로 발휘하는 무대는 고작 돈내기 레슬링의 링. 거기서 피터는 상금으로 중고차를 사서 좋아하는 소녀를 태워주겠다는 일념으로 공중제비를 넘었다. 지금쯤이면 영웅의 라이프 스타일에 적응이 되지 않았을까 싶건만, 2편은 스파이더 맨의 생활고를 더욱 강조한다. 2년을 기다린 관객은 한손에 네댓판의 피자를 들고 마천루 사이를 날아다니며 배달에 여념이 없는 스파이더 맨과 재회한다. 틈틈이 시민을 구조하느라, 수업은 빼 먹고 아르바이트는 해고되고 사랑하는 여자의 공연에 지각하는 피터의 청춘은 눈물겹다. 그는 꽉 끼는 스판덱스 의상이 민망하다고 생각하는 슈퍼히어로다. 세탁기에서 다른 빨래를 물들이는 원색 거미옷처럼, 영웅의 사명은 그의 일상을 망쳐놓는다.
토비 맥과이어(29)는 뭐랄까, 아슬아슬한 스타다. 배우로서 맥과이어는 아슬아슬하지 않다. 그는 <아이스 스톰> <플레전트빌> <원더 보이즈> 같은 영화가 이력서에 박힌 중견이다. 다만, 할리우드 스타로서 토비 맥과이어는 초보다. 그는 <스파이더 맨>의 보수로 집을 사서 베벌리힐스 주민이 됐다. <스파이더 맨2> 제작 과정의 해프닝은 시사적이다. 만성 허리통증을 이유로 일정- 그리고 아마도 출연료- 조정을 요구한 맥과이어에게 소니는 “다른 배우랑 할 테니 몸조리 잘해라”는 투의 통보를 보냈다. 민망하게도 맥과이어는 여자친구 아버지인 유니버설 CEO 론 메이어의 강력한 권고와 지원 사격을 받고서야 가까스로 피터 파커 역을 되찾았다. 2편에서 초능력이 감퇴하는 바람에 자동차 위로 추락해 “아이고, 허리야” 신음하는 스파이더 맨의 모델은 맥과이어 자신인 셈이다. 소니는 8억달러가 넘는 돈을 번 힘이 토비 맥과이어라는 배우가 아니라는 점을 명백히 하는 한편, “너는 출연작 흥행과 무관하게 대스타인 브래드 피트나 조지 클루니가 아니다”라고 선언한 것이다. 그래도 미라맥스의 하비 웨인스타인은 맥과이어에 동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아무리 <스파이더 맨>이라도 안 맞는 배우 다섯명 데리고 찍어봐라. 박스오피스고 영화고 물건너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