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보기 드문 범작. 대중적이어야 해! 하고 전 스탭이 다짐을 하고 만든 영화인 것도 같다. 그래서 그런지 그 마인드 하나는 확실한 영화인 듯하다. 절대로 쉽고, 절대적으로, 친절하다. 일상생활에서도 친절이 지나치면 조금 부담스러운 느낌이 드는 것과 비슷하게, 약간은 부담스러운 영화이기도 하다. 그러나 곽재용 감독의 <엽기적인 그녀>처럼, 이 영화 역시 대중적 흡입력은 있어 보인다.
그런데 O.S.T는 그리 평범하지만은 않다. 다채롭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녹음도 잘했다. 상당히 수준 높은 사운드를 선보인 O.S.T라 할 수 있다. 물론 음악 자체의 분위기라든가 음악적 구성 같은 점에서는 별 오차없이 대중적이다. 그만큼 평범하다고도 할 수 있는 분위기. 그러나 자연스럽게 그렇게 보이기 위해서는 상당히 신경을 써야 하고 심사숙고할 대목도 많다. 이 영화의 음악은 그런 의미에서는, 대중적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를 보여주고 있다.
음악을 전체적으로 총괄한 음악감독은 최승현. 그는 이미 <올드보이>에서도 클래식컬한 선율을 통해 관객의 귀를 끌어들이는 능력을 발휘한 바 있다. O.S.T는 부드러운 선율의 <재회의 테마>로 시작한다. 다음 트랙은 밥 딜런의 〈Knocking on Heaven’s Door>의 영화음악적 바리에이션. 우리 가수가 노래한 것이 분명한 듯한 발음으로 편곡한 록 버전보다 이 버전이 차라리 흥미롭다. 이 영화에는 이 노래 말고도 〈Stay> 등의 팝송이 쓰였는데, 최승현은 비교적 편안한 방식으로 그 팝송들을 소화하여 편곡해내고 있다. 〈Stay>의 가야금 버전은 다소 의외지만, 듣기가 나쁘지 않다.
최승현의 깔끔한 오케스트레이션이 돋보이는 트랙들과 더불어 대중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곡들이 몇개 보인다. X-재팬의 히트곡인 〈Tears>도 눈에 띈다. 아시아 시장을 염두에 둔 것일까? MC 스나이퍼가 만들고 부른 힙합스타일의 음악도 보인다. 그리하여 팝송, 영화음악적 선율, 힙합, 한국 악기의 사용 등등 다양한 스펙트럼의 음악들이 O.S.T에 들어 있게 된다. 약간은 어수선한 느낌도 들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다채롭다. 또 ‘유미’라는 신인가수의 음악도 보너스로 들어 있다. 이 가수를 주목해보라고 상당히 집중적으로 홍보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다. 여자가수의 목소리는, 괜찮다. CD 한장을 덤으로 더 주는 패키지의 두 번째 CD가 유미의 노래로 완전히 채워져 있다. 누가 많이 밀어주는 가수인가보다.
이 영화가 아시아신에서, 특히 홍콩 같은 곳에서 인기리에 상영되고 있다는 것은 분명히 반가운 일이다. 이 불황의 늪 속에서 남이 돈벌 때 욕하면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안다. 예쁘고 씩씩한 배우들, 깔끔한 화면, 그런 것들이 이따금 상쾌한 느낌이 들게 하지만, 그 이상의 무엇을 기대하는 것은 조금은 바보짓. 뭐 잘났다고 그런 걸 기대하리오, 이 대중문화의 시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