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짝' 소리가 안나지?" "나(문희) 선생님 조금 더 비아냥거려주시고… (염)정아씨는 일어난 뒤 '으이씨'를 해줘…"9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의 아트서비스 종합촬영소. 코미디 영화 <여선생VS여제자>(제작 좋은영화)가 촬영되고 있는 이곳에서 여배우 염정아의 엉덩이는 한창 수난을 겪고 있다. 손바닥이 엉덩이를 "짝"하고 치는 소리와 "으아아악" 식의 비명 소리가 반복된 것은 이미 한 시간을 넘어서고 있다. 'NG'도 열번은 족히 됐을 것 같아 보인다.
"멍이 시퍼렇겠다"며 염정아의 엉덩이를 어루만져 주는 사람은 어머니 역의 중견 연기자 나문희씨. 방 청소를 하던 어머니는 늦게까지 일어날 줄 모르는 딸의 엉덩이를 때리며 "그만 일어나"라고 소리치고 있다. <여선생VS여제자>는 소도시 초등학교를 무대로 총각 '꽃미남' 교사 상민(이지훈)을 둘러싸고 여교사 미옥(염정아)과 여제자 미남(이세영)이 벌이는 줄다리기를 그린 영화다.
지난해 <선생 김봉두>로 홈런을 터뜨렸던 장규성 감독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철이 좀 덜 든 선생님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삼각관계는 양념이고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는 교육에 관한 것"이라고 말하는 장 감독은 "미옥의 이야기를 통해 대도시로만 몰려드는 젊은 교사들의 무심함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고 제작 의도를 털어놓는다.
터프하게 잠을 깨우는 어머니의 모습만 봐도 딸의 성격은 짐작하고도 남을 듯. 이 히스테리컬한 노처녀 여선생은 한술 더떠 '엽기성'과 '푼수기'도 갖췄다. 취미란 것은 지프차로 스턴트하기. 아이들과의 '기싸움'에서 승리하는 것으로 우울함을 달래고 제자의 성숙한 가슴에 콤플렉스를 느낀 나머지 '뻥브라' 검사도 서슴지 않는다.
단잠에 빠져 있던 그녀는 마침 꿈에서도 상민을 둘러싸고 미옥과 말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이미 촬영된 꿈 장면에서 미남과 말다툼을 하던 미옥은 갑자기 성숙해져 보이는 미남의 가슴에 당황스러워하던 차였다. 침대에서 떨어져서도 아직 꿈에서 깨어나지 못한 미옥에게 어머니의 비꼬는 말투가 들려온다. "으이구 참 이(예)쁘게도 잔다. 몸매가 어쩌고, 가슴이 어쩌고, 어디 미스코리아 대회 나가니?"
거듭 'NG'를 외치는 장규성 감독은 한결같이 웃는 얼굴이다. "다 좋았는데…"라는 말과 함께 매번 바꿔가며 아쉬운 점을 지적한다. "때리는 소리가 작았다", "침대에서 떨어지는 장면이 마음에 안들었다", "털썩 앉는 느낌이 약하다" 등 계속 반복되는 촬영으로 힘든 쪽은 맞는 쪽보다 때리는 쪽이다.
감독의 'OK' 사인이 떨어진 것은 침대에서 떨어지고 엉덩이 맞기를 20여 차례는 반복한 뒤. 'OK' 커트를 보기 위해 모니터 앞에 얼굴을 내미는 염정아는 "멍들었겠다"는 주위의 말에 "엉덩이에 살이 많아서 그런지 하나도 안아프다"며 활짝 웃었다. 현재 80% 가량 촬영을 마친 <여선생VS여제자>는 8월 말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파주=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