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그만두길 잘했다. 이제 열손가락 안에 꼽혔는데 1등도 해봐야 하지 않겠는가" '가수 겸 영화배우'에서 이제 '가수'를 확연히 뗀 임창정(31)이 가수로서 미련이 전혀 없고 영화배우로서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나갈 것임을 분명히했다. 그는 다음달 13일 펑키호러 장르의 영화 <시실리(時失里) 2㎞>(감독 신정원, 공동제작 한맥영화ㆍ먼데이엔터테인먼트)의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연기자 전업을 선언한 후 <위대한 유산> 등 영화를 찍고 음반은 전혀 내지 않았는데도 95년부터 2003년까지 무려 10집을 발표한 대표적인 발라드 가수였던 까닭에 팬들이 오히려 이를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 "아직도 기억해준다는 게 고맙죠.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음악을 하지 않는다는 건 아닙니다. 팬들과 미팅을 콘서트 형식으로 할 수도 있고, 또 영화음악 감독을 해보고 싶은 꿈도 있습니다. 개인 앨범을 내지 않고, 방송 무대에서 노래하지 않는다는 거지"
어찌됐든 그는 현재 영화배우다. 그리고 첫손에 꼽히고 싶다는 욕심, 아니 목표도 드러내 보인다. "가수와 병행했으면 영화에 집중할 수 없었을 겁니다. <시네마 천국>을 열번 이상 봤을 때부터 내 꿈은 영화배우였고,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그 꿈에 한걸음씩 다가갔으니 이젠 최고가 되고 싶다는 생각도 합니다"
노래는 발라드를 불렀는데도 그를 보면 웃음부터 난다. 사실 그는 코믹 전문배우는 아니다. 어딘가 모자라 보이고, 그것 때문에 웃음을 주긴 하지만 그는 아픈 내면을 연기해왔다. 데뷔작 <남부군>과 이름을 알린 <비트> <해적 디스코왕 되다>에서도, 흥행대박을 터뜨린 성인 코미디영화 <색즉시공>에서도 그는 웃고 있지만 속으론 울었다.
그가 '올해 최고의 영화가 될 것'이라 자신하는 <시실리 2㎞>는 그의 연기 영역을 좀더 확장시켜줄 것임이 분명해보인다. 수백억대의 다이아몬드를 갖고 도망간 조직의 배신자를 쫓아간 시실리란 곳에서 그가 연기하는 '양이'는 순진무구한 마을 사람들이 사실은 얼마나 무서운지 깨닫게 된다. "시실리란 시간을 잃어버린 마을이라는 뜻이죠. 2㎞는 이정표에서 어딘가 거의 도착했을 때 엉덩이를 들썩거리는 숫자이구요. 마음 속 공간과 거리입니다"
튼실하게 만들었다는 자랑이 대단하다. "감독이 1년 후배인데 배우들과 끊임없이 대화했죠. 그리고 엔딩신은 편집보고 찍기로 했어요. 작품의 분위기가 어떤 엔딩장면으로 끝나는 게 가장 좋은지 판단한 후에. 그래서 아직 엔딩신을 찍지 않았죠" 그냥 웃고 마는, 아니 무서움에 떨리만 하는(장르가 오락가락한다) 영화가 아니라 무서우면서도 웃음이 픽~ 나오는 영화다.
"사람들에게는 착한 마음과 악한 마음이 공존합니다. 착해보이지만 욕심을 품게 되면 얼마나 악한 사람이 되는지, 어떤 마음으로 살아야 하는지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에서 그의 파트너는 고모뻘 되는 임은경. 귀신으로 나오는 그와 살짝 키스도 했다. "귀신과 키스할 때 그 느낌 아세요? 전 아는데..." 진지한 대화가 무겁지 않도록 사이사이 농담으로 분위기를 돋우는 그의 말재주는 그의 연기를 닮아 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