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리포트]
[현지보고] 무협 액션으로 표현한 러브스토리, <연인>
2004-07-22
글 : 정한석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블록버스터 무협영화 <연인>, 베이징 프리미어행사

장이모의 블록버스터 무협영화 <연인>(중국 개봉명 <십면 매복>)의 프리미어 행사가 지난 7월10일 베이징 인민체육관에서 열렸다. 약 7천명의 관중이 운집한 가운데 저녁 7시30분이 조금 넘어 영화의 주인공인 유덕화, 장쯔이, 금성무와 감독 장이모의 소개로 시작한 이 행사는 3시간이 넘게 진행되어 밤 11시가 넘어서야 끝났다. 8시부터는 위성을 통해 방영되기도 했다. 유덕화, 장쯔이의 공연을 비롯하여 진혜림, 한홍 등 중국의 유명 가수들과 함께 <연인>의 주제가를 부른 캐서린 배틀도 참여했다. 적지 않은 입장료에도 불구하고 VIP석을 제외한 거의 모든 표가 매진되어 <연인>에 대한 중국인들의 관심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행사 책임자 장웨이핑은 “이번 행사가 돈을 위한 것이 아닌 중국영화의 홍보 극대화와 홍보의 새로운 방식을 제시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고 밝혔고, <연인>의 제작자 빌 콩은 “일반적으로 이런 홍보방법은 독특한 형식이다. 중국에서는 배우가 직접 뛰어다니며 홍보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에는 좀더 큰 규모와 더 멋진 행사로 만들고 싶었다. 그런 점에서 새롭고 독특한 홍보방법을 창출한 것”이라고 이번 행사의 의의를 설명했다. 그러나 아무리 전략적인 홍보방법을 앞세웠다고 해도 영화 전편의 상영을 대규모의 공연으로 대체하는 것은 쉽게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해적판 DVD의 위협으로 15분 짜리 클립만 공개한 홍보행사

여기에는 저간의 속사정이 있는 듯 보인다. 해적판 DVD가 횡행하는 중국의 현 상황을 염려한 듯 가수들이 영화의 스탭들을 소개하고, 그 스탭들이 영화를 설명하고, 다시 메이킹필름을 보여주고, 또다시 공연으로 이어지는 형식으로 구성된 이 행사는 마지막에서야 약 15분 정도의 예고편 클립으로 영화의 전모를 대체했다. 2천만위안을 들여 마련한 화려한 행사의 뒷면에는 그보다 더 큰 해적판 DVD 시장의 위협이 버티고 있는 셈이었다.

2500만달러의 제작비를 완성보증보험 형식으로 투자받아 만들어진 <연인>은 현재 7월16일 중국 내 350 내지 400개 극장에서, 500 내지 600개의 프린트가 걸릴 예정이다. 제작자 빌 콩의 말에 따르면, “지금 <연인> 때문에 중국이나 홍콩, 대만 모두에서 다른 영화들이 그 날짜의 개봉을 피할 정도”로 관심을 끌고 있다고 한다. 이 영화가 <영웅> 못지않은 대규모의 작품이 될 것이라는 예상(영화를 전부 보지 못했으니 예상일 수밖에 없다)은 참여한 다국적 스탭들만 봐도 쉽게 간파할 수 있다. 먼저 유덕화, 장쯔이, 금성무의 출연이 그렇고, <와호장룡> <영웅>을 제작한 빌 콩의 에드코필름이 영화를 제작했으며, <영웅>의 무술감독 정소동이 다시 가세했고, 첸카이거의 영화 <시황제 암살>로 칸영화제 미술상을 수상한 후오팅샤오가 미술을 맡고 있고,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란>의 의상을 맡아 아카데미 의상상을 수상했던 에미 와다가 의상을 꾸리고, 왕가위의 <화양연화>에서 음악을 맡았던 시게루 우메바야시가 여기에 합류했다. 아시아에서 모을 수 있는 최상의 스탭들을 불러모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지러운 당시대의 자연 속에서 펼쳐지는 세 주인공의 사랑

<연인>은 당나라 서기 859년 대환란이 들끓던 어지러운 정세 속에서 펼쳐진다. 왕권에 대항하는 반란군 중 가장 큰 조직인 ‘비도문’을 정벌하기 위해 성의 관리 리오(유덕화)가 진(금성무)을 보낸다. 그러나 진은 비도문과 연관이 있어 보이는 메이(장쯔이)를 만나 오히려 사랑에 빠지고, 다시 리오와 메이의 관계가 드러나면서 복잡한 갈등으로 전개된다는 내용이다. 한국 개봉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연인>은 화려한 액션과 이 세 주인공의 애정관계를 시적인 형식으로 담아내려는 듯 보인다. 장이모는 이를 두고 “이 영화는 액션영화의 형식으로 포장된 러브스토리이다”라고 정의했다. <영웅>이 대규모의 스펙터클에 의존하는 경향이 컸다면, <연인>은 세 인물간의 갈등구조 안에서 이야기를 풀어갈 것을 암시하고 있다.

한편, <영웅>과 마찬가지로 영화를 부각시키는 것은 다시 한번 색감이 될 듯하다. 몇몇 장면만 보아도 <연인>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영웅>에서 붉은색과 청색, 흰색, 녹색을 각각의 이야기 구조에 맞춰 사용했던 장이모는 이번 <연인>에서도 대나무 숲, 설원, 초원 등 자연의 생생한 색감들을 포착하고 있다. 중국에 없는 것으로 중국적인 것을 만들어낸다는 비판을 받기도 하는 장이모가 만든 두 번째 대작 무협영화 <연인>. 이 영화가 <영웅>과 어떤 차이를 두고, 또 어떻게 바뀌었는가의 진정한 실체는 한국에서 개봉하는 9월 말에야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

장이모 인터뷰

<연인>은 낭만적 사랑을 전하는 영화

<연인>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사랑이다. <연인>은 낭만적인 사랑을 표현하는 영화다.

1편격인 <영웅>과 속편격인 <연인>은 좀 다른 느낌이다. 혹시 3편 계획도 있나. 3편을 찍을 계획이 있다. 나는 무협영화를 만드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 <영웅>에서 했던 작업을 좋아하며, <연인> 역시 대만족이다. 아마도 3편이 나오기까지는 다른 작품들에 신경을 좀 써야 할 테고,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3편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와호장룡> 이후 할리우드에서 정통 중국 무협영화가 꾸준히 만들어지고 있다.

<와호장룡> 이후 해외에서 중국 정통 무술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건 사실이다. 영화를 통해 중국 무술을 알리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에게 중국 문화를 알리는 것이다. 그 점에서 즐거운 작업이다.

<연인>의 배경은 당조 753년이다. 그때의 무사들이 어떤 삶을 살고, 어떤 무술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나. 당조 시대는 중국에서 가장 의미가 깊은 시기이다. 경제적으로도 많은 발전이 있었고. <연인>에서 그 시대를 표현한 매개는 ‘색’이었다. 색깔을 통해 그 시대상을 보여주었고 복장, 무용, 무술을 통해 그려내려고 했다. 자료조사기간도 오래 걸렸다.

요즘은 <집으로 가는 길>과 같은 리얼리즘영화보다는 무협영화에 더 많은 관심을 갖는 것 같다. 두 장르는 풍경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다. 원래 무협지를 너무 좋아해서 무협영화를 찍고 싶었다.

영향력 있는 중국 감독으로 앞으로 중국 영화계가 어떻게 변할 거라 생각하는가. 아직 갈 길이 멀었다. 국가는 큰데 영화발전은 부족한 점이 많다. 한국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으면 한다. 그리고 영화는 젊은 사람들의 예술이라 할 수 있기 때문에 젊은 감독들에게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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