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de DVD]
[DVD vs DVD] <쥐덱스> vs <마스크 오브 조로>
2004-07-22
글 : 조성효
용서에 의한 사랑 vs 승리로 얻은 사랑

18년간 700편 이상의 영화를 만든 루이 푀이야드의 작품 중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던 <팡토마>나 <뱀파이어>는 악당을 다룬 시리즈물이었다. 묵직한 망토를 걸치고 개들과 함께 곤경에 처한 여인을 구하는 17년작 <쥐덱스>에는 푀이야드가 만든 또 한명의 변신의 귀재가 등장한다. 부패한 은행가를 투옥하여 배심원 없이 초법적으로 무기징역을 언도하는 쥐덱스는 슈퍼영웅물의 초기형태를 보여준다. 하지만 그의 행위는 사회적 정의를 구현한다기보다는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복수 때문이었기에 완전한 영웅상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앙드레 바쟁과 브뉘엘도 칭찬해 마지않았던 푀이야드의 작품 중 비교적 덜 알려진 <쥐덱스>는 한편을 보기 시작하면 쉬지 않고 전체 시리즈를 볼 수밖에 없는, 지금 봐도 흥미로운 스토리를 담고 있다.

<마스크 오브 조로>의 역사는 <쥐덱스> 못지않다. 1919년 존스턴 매컬리에 의해 탄생한 조로는 이듬해 더글러스 페어뱅크스에 의해 스크린에 데뷔한다. 이후에도 수차례 리메이크됐고 최근에는 마틴 캠벨에 의해 세대교체된다. 오래된 이야기라는 점 외에도 두 영화 사이엔 공통점이 많다. 적의 딸과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이나(<마스크 오브 조로>의 경우 비록 생부가 아닌 양부임이 밝혀지지만), 변신의 달인이라는 점(쥐덱스가 팡토마의 복면을 쓴다면 영락없이 조로처럼 보일 것이다), 약자 편에서 싸우지만 둘 다 부르주아 출신의 영웅이라는 점도 동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작품이 선택한 마무리 방식은 완전히 다르다. 전쟁 중 제작되었음에도 영웅 쥐덱스가 선택한 것은 용서에 의한 사랑의 완성이다. 반면 언제나 그렇듯 할리우드가 선택한 영웅담은 상대방의 패배를 통한 사랑의 쟁취다. 쥐덱스와 조로는 서로 닮았지만 매컬리가 푀이야드를 참조했을 가능성은 적다. 푀이야드의 작품 중 처음으로 미국에 알려진 <뱀파이어>가 미국에 상영된 것은 뒤늦은 1965년이었기 때문이다. DVD <쥐덱스>는 지난해 구몽사에 의해 멋지게 복원된 <팡토마>의 화질에는 미치지 못하나 새로이 삽입된 로버트 이스라엘의 음악은 이 영화의 나이가 87살이라는 사실을 잊게 해준다.

조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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