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베를린] 단돈 1유로에 최고 스튜디오 넘기다니
2004-07-29
글 : 진화영 (베를린 통신원)
독일 최고의 바벨스베르크 스튜디오,개인투자자들에게 헐값에 팔려

1911년 설립 이후 불후의 명작 <메트로폴리스> <푸른 천사> 등을 비롯해 2천편이 넘는 영화들을 탄생시키며 명실상부한 독일영화의 산실이자 신화로 자리매김한 바벨스베르크 스튜디오가 단돈 1유로에 매각됐다. 1992년 스튜디오를 매입한 프랑스의 ‘비방디 유니버설’이 12년간 누적된 적자를 더이상 감당할 수 없다는 이유로 개인 투자자 2명에게 1유로를 받고 소유권을 넘긴 것이다.

지난 7월17일 매각 사실이 알려지면서 독일 영화계는 말 그대로 발칵 뒤집혔다. 그중에서도 가장 충격을 받은 이가 스튜디오 경영위원회의 얀-페터 슈마르예 위원장이다. 슈마르예 위원장은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위원회의 결정을 존중하겠다던 비방디사가 입장을 돌변, 1유로에 스튜디오를 넘겨버린 사실에 격분하고 있다. 게다가 바벨스베르크의 새 임자가 된 개인 투자자 2명의 정체 및 매입 의도도 대단히 의심스럽다고 말한다. 의심을 가질 만도 한 것이, 투자자 2명 중 1명은 극장 하나를 소유하고 있다지만, 영화보다는 요식 및 이벤트 사업으로 돈을 번 뮌헨 유흥업계의 스타(?)이고, 다른 1명은 TV 만화영화 제작사 사장으로, 유럽 3대 영화 스튜디오 중 하나인 바벨스베르크를 매입할 입장도 능력도 안 된다는 게 일반적 시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본사 적자에 바벨스베르크 적자까지 엎친 데 겹쳐 하루빨리 손을 털고 싶어하는 비방디사로부터 헐값에 스튜디오를 매입한 뒤 대형 투자자들에게 다시 넘겨 이익을 챙길 것이라는 음모론까지 퍼지고 있다. 게다가 두 사람은 연초, 바벨스베르크 스튜디오를 TV연속극 전용 촬영장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투자컨셉을 제출했다가 비방디사로부터 퇴짜를 맞은 바 있다. 그런 두 사람이 어떻게 바벨스베르크의 새 주인이 될 수 있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는 계속 베일에 싸여 있다.

현재 바벨스베르크는 8월 중순부터 촬영에 들어갈 <미션 임파서블3> 세트를 짓느라 분주한 상태다. 이 작품이 끝나면 샤를리즈 테론 주연의 <이온 플럭스> 촬영이 곧바로 이어진다고 한다. 이미 <피아니스트> <에너미 앳 더 게이트> 등이 바벨스베르크를 거쳐갔고, 내년에도 대형 할리우드 프로젝트의 촬영이 계속될 것이라고 한다. 이는 전적으로 티어리 포톡 스튜디오 사장의 노력으로, 할리우드 제작자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바벨스베르크는 막 적자를 벗어나 흑자로 돌아서려는 시점이었다.

슈마르예 경영위원장은 매각 소식을 접하자 곧바로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에게 공개서한을 보냈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을 통해 비방디사가 번개치기식 스튜디오 매각결정을 번복하도록 설득해 달라는 내용이라고 한다. 슈마르예 위원장의 ‘미션 임파서블’이 성공을 거둘 전망은 불확실하지만, 바벨스베르크의 신화를 사수하려는 독일 영화계의 움직임이 서서히 감지되고 있는 만큼, 이 스튜디오의 운명이 1유로로 간단히 끝날 것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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