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천진한 로맨티시즘으로 가득찬 청춘예찬, <나에게 유일한>
2004-08-03
글 : 김혜리
싸워야 할 대상, 사랑할 대상을 애타게 찾는 이탈리아 10대의 청춘일기

학교를 점거하러 집을 나서는 로마의 16살 고교생 실비오(실비오 무치노)가 뜯어말리는 아버지에게 따진다. “아버지도 싸웠잖아요?” 왕년의 운동권이 응수한다. “우리가 싸운 건 진짜 문제들이었다.” 잠시 뒤 아들은 스킨헤드족을 때리다가 아버지에게 들킨다. “아버지도 파시스트를 때렸잖아요?” “우리가 팬 건 진짜 파시스트였다.” 급기야 아들은 외친다. “그래요! 역사는 아버지들만 바꾼다 이거죠?” 어느 모로 보나 번듯한 적(敵)을 가졌던 68세대 부모를 질투하는 실비오와 친구들에게, 캠퍼스 점거는 운동회 같은 연례행사이자 혁명의 시뮬레이션이다. 그러나 기실 “획일화 사유화 결사 반대”라는 올해의 슬로건보다 밤잠을 설치게 하는 주제는, 거추장스런 동정을 어떻게 떼어버리고 근사한 연애를 하느냐다. 농성의 혼란을 틈타 실비오는 친구 마르티노의 여자 발렌티나(줄리아 카르미냐니)에게 키스하고 그 소문은 학교를 한 바퀴 돌아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이에 분노한 청춘은 배신당한 마르티노만이 아니었으니, 실비오를 짝사랑해온 여학생 클라우디아(줄리아 스테게왈트)도 발끈해 차제에 고백을 결심한다.

무치노 감독이 친동생인 주연배우, 또 다른 10대 작가와 함께 시나리오를 쓴 <나에게 유일한>은 첫 경험을 둘러싼 10대들의 소동에서 주된 극적 긴장과 감정을 끌어낸다. 그러나 <아메리칸 파이>의 형제판 ‘이탈리안 피자’ 같은 영화를 기대하면 오산. 천진한 로맨티시즘과 제짝 찾기 게임의 플롯은 차라리 셰익스피어의 <한여름밤의 꿈>을 동경한다. 청춘을 100%의 순정한 적개심과 100%의 순정한 열정을 추구하는 두 갈래 욕망으로 규정하는 무치노 감독은 바리케이드를 쌓는 10대들의 모습을, 서정적 음악과 함께 마치 봄날의 피크닉처럼 아름답게 찍는다. 대부분 기교는 젊은이들이 그들이 처한 환경에 대해 느끼는 감각을 그리기 위해 쓰였는데, 연애의 충일감이 넘치는 클라이맥스는 연속 장면을 암전으로 토막내 심리적 시간의 차원이 도약하고 있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우리는 어렸다. 교만했다. 우스꽝스러웠다. 과도했다. 충동적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옳았다.” 영화의 서문으로 쓰인 반체제 작가 호프만의 글귀처럼 <나에게 유일한>은, 젊은 날의 미숙함과 어리석음을 사랑해 마지않는 청춘예찬이며 현재진행형을 가장한 노스탤지어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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