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박찬욱 감독의 <쓰리, 몬스터>, 세계 최초로 언론에 공개
2004-08-04
글 : 최문희

한국, 일본, 홍콩을 대표하는 감독 3명이 만든 옴니버스 공포영화 <쓰리, 몬스터>가 8월 3일, 종로의 한 극장에서 최초로 공개되었다. 언론사를 대상으로 한 이 날 시사회장에는 박찬욱 감독과 배우 이병헌, 임원희가 무대인사에 나섰다.

무대에 오른 박찬욱 감독은 "공포영화라서 상당히 폭압적인 장면이 많고, 그 때문에 배우들이 꽤나 힘들었을 것"이라면서 자신은 "배우에게는 고통을, 투자자에게는 기쁨을 주는 감독"이 되고 싶다고 말해 시사회 참석자들의 웃음을 유발했다. 이어 이병헌은 "공포영화 팬이었다가 직접 출연을 하게 되어 기쁘며, 이 영화에서 지금까지 나왔던 공포영화와는 다른 새로운 스타일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소감을 밝혔다.

이 날 공개된 영화 <쓰리, 몬스터>는 <올드보이>로 칸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 박찬욱 감독과 <오디션> <착신아리>의 미이케 다케시, <메이드 인 홍콩>의 프루트 챈 감독이 만든 공포 영화 3편을 모은 아시아 합작영화이다. 이들 세 감독에게 공통적으로 주어진 주제는 몬스터, 곧 인간의 본성에 잠재되어 있는 악마성이다. 3편의 작품은 각국을 대표하는 감독들이 만든 공포영화답게 비주얼과 스토리 면에서 독특한 스타일을 드러냈다.

박찬욱 감독의 작품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공포와 유머의 기묘한 결합, 그리고 놀랄만큼 세련된 비주얼이다. 부유한 천재 감독(이병헌)의 집. 뜬금 없이 괴한이 침입해 그 감독이 보는 앞에서 피아니스트인 아내의 손가락을 도끼로 가차없이 잘라내는 섬뜩한 상황이 벌어진다. 이런 끔찍한 공포 속에 갑자기 등장하는 유머. 관객들은 섬뜩한 장면에 얼굴을 찡그리다가도 갑자기 웃음을 터뜨려야 하는 기묘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최초로 공포 영화에 도전한 이병헌의 연기와 시커먼 마스카라를 칠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피아노 줄에 묶여서 연기한 강혜정, 능청스러운 충청도 사투리의 낯설고 잔인한 괴한 임원희, 섹시하면서도 웃긴 흡혈귀로 잠깐 등장하는 염정아, 영화 속 액자 영화까지 짧은 러닝 타임이지만 박찬욱 감독의 작품에는 흥미로운 요소가 많았다.

미이케 다케시 감독의 작품은 탐미주의적인 공포 영화로 서커스 단원인 쌍둥이 자매의 얘기를 다룬다. 아름다운 공포를 그려보고 싶었다는 감독의 말대로 새하얀 설원 위에 덩그러니 서 있는 적막한 서커스 천막과 쌍둥이 자매의 기괴하고 무표정한 얼굴은 섬뜩하면서도 아름답다.

마지막으로, 젊음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만두에 집착하는 한 여인의 얘기를 다룬 프루트 챈 감독의 영화는 주인공을 맡은 배우 양천화의 연기가 돋보인다. 줄거리의 독창성은 다른 작품에 비해 좀 떨어지지만 젊음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는 주인공의 연기와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외모, 특히 마지막 장면의 섬뜩한 모습은 기억에 오래 남을 만하다.

올 베니스 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되기도 한 <쓰리, 몬스터>는 영화사 봄 제작, CJ 엔터테인먼트 배급으로 8월 20일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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